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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의 인투더무비] ‘도가니’, 용기 있는 영화의 가슴 벅찬 울림

[최재욱의 인투더무비] ‘도가니’, 용기 있는 영화의 가슴 벅찬 울림

기사승인 2011. 09. 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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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정유미 출연배우들의 빛나는 열연
사진=CJ E&M
[아시아투데이=최재욱 기자] 얼음처럼 냉정하면서도 불처럼 뜨거운 영화다.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한 '도가니'는 가슴 속 깊은 분노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제로 광주에서 일어났던 청각장애 학교 성추행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분노에 동참해주기를 요구한다. 모두가 눈감아버리고 회피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꺼내보이면서 닫혀 있는 양심의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도가니'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차분한 어조다. 단순히 혼자만의 분노를 불사르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왜 우리가 모두 분노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기본적인 인간의 상식을 넘어선 사건들이 한층 한층 쌓여갈 때 관객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인간에 대해 절망하고 우리 사회의 치졸함에 치를 떨게 된다. 영화 결말부에는 모두가 주인공 강인호(공유)가 돼 우리 시대의 가슴 아픈 현실에 야유를 보내게 된다.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용기 있고 강렬한 수작이다. 가장 칭찬받아야 할 이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다. 황감독은 살아 꿈틀꿈틀 거리는 소재를 이성의 냉동고에 넣어 꽝꽝 얼린 후 꺼내 녹이면서 관객들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게 만든다. 단순한 영화적인 소재로 끝내지 않고 사건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마이파더'에 이어 실화를 소재로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다시 한번 과시한다.

사진=CJ E&M
주연배우 공유의 존재감도 새로운 발견이다. 이제까지 잘생긴 외모에 한정돼 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 공유의 연기가 더욱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현란한 연기 기술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라나오는 진정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배우로서 자기를 과시하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얼마나 본인이 분노하고 있고 가슴 아파하고 있는지가 스크린에 그대로 투영된다.

공유 이외에도 정유미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들도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히 가장 힘들었을 청각장애 아동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가슴을 울린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몸을 불살라가며 그 참상을 연기해낸 아이들의 용기는 박수를 마땅하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연기지만 이들의 여린 가슴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났을까 걱정이 된다.

도무지 상업 영화 체제에서 만들 수 없는 소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용기도 조명을 한번 받아야 한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만이 내놓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

사진=CJ E&M
경제불황에 청년실업 등등 국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만 벌어지는 요즘 '도가니'의 충격적인 소재는 관객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현실이 괴로운데 영화를 보면서까지 괴로울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마치 청각 장애 아동들의 주장을 외면한 법원처럼.

그러나 일단 영화를 보면 후회할 확률은 높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분노하다 절망하고 응원을 보내다가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카타리시스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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