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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공적 FTA, 원산지 관리가 발판

[칼럼]성공적 FTA, 원산지 관리가 발판

기사승인 2012. 10. 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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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관세법인 한림 대표 관세사
2004년 4월 지구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칠레와 FTA를 시작으로 이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 FTA 협상은 거대 선진 경제권역인 EU에 이어 올 3월에는 최대 우방 교역국 중 하나인 미국과의 FTA 발효로 본격적인 FTA 경제체제의 서막이 열렸다.

한·중 FTA도 상품, 서비스, 투자 등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는 기존 한·아세안 FTA보다 관세인하 폭을 훨씬 더 높게 설정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FTA 전성시대에 도립했다. 이렇게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는 듯한 작금의 상황에서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후 1년이 지난 이즈음 우리기업의 FTA 활용에 대해서 한번 되돌아보고자 한다.

한·EU FTA가 발효된 후 對EU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EU와의 무역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로 월기준 무역수지 적자를 본 것이 FTA체결 이후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려니와 전년 동기(2010.7.1∼2011.6.30) 대비 무역수지 흑자폭이 약 90%나 감소된 17억 달러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결과를 논하기에는 좀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미국과의 교역에 있어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한·미 FTA의 경우 對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기(2011.3.1~2011.8.31) 대비 약 57%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의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통상 압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EU FTA이던 한·미 FTA이던 또는 여타의 FTA이던 매우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FTA 성공의 열쇠는 당장의 수혜를 받는 수출입 기업이 아니라 그 이하 협력 중소기업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FTA의 핵심은 단연 수출입 품목의 '원산지 판정'과 이후의 '사후 검증(Verification)에 대비한 원산지 증명의 소명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산지 판정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완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원재료가 역내산이라는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이것이 '원산지(포괄)확인서'이다. 원산지확인서는 원재료를 납품하는 회사가 서로 상이한 FTA협정별로 각각 규정되어 있는 원산지 결정기준에 따라 납품하는 물품의 원산지를 스스로 판정하고 이를 증빙하여 발급하는 서류이다. 따라서 원산지확인서를 발급하는 순간 원산지 판정과 그에 관련한 서류 등 관리와 증빙의 책임은 모두 원재료를 납품한 중소업체에게 돌아간다.

다시 말해 향후 기 발급된 원산지증명서의 유효성에 대한 수입국 또는 우리나라 세관의 조사가 시행되면 수출자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려니와 수출자에 물품을 납품하면서 발급한 원산지확인서를 작성한 납품업체에까지 조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현재 원재료 또는 완제품(국내 로컬 수출하는 경우) 납품업체는 원산지확인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업체가 태반이다. 수출자는 마케팅 또는 이윤의 극대화 차원에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갖게 된다. 그래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데에 필수 불가결하게 요구되는 원산지확인서를 원재료 등의 납품업체로부터 전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물품을 납기내에 납품만하고 대급만 제때 받으면 되었던 납품업체가 원산지확인서에 대해 알리 만무하며, 안다해도 인원과 자금이 부족한 현실에서 원산지 관리를 꾸준히 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수출자 등은 원재료 등 납품업체를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보다는 원산지판정 등을 거치지 않고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원산지확인서를 대신 허위 작성하여 하위 협력중소업체에는 도장만 날인하라 요구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하지만 원재료 등 납품업체가 원산지확인서를 발행할 때에는 다른 누구로부터의 간섭도 배제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발행하게 된다. 세관도, 관세사도 업체가 요구하지 않는다면 조력해 주지 않는다. 즉 상위 벤더에서 요청을 하니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날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FTA는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끝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한 바와 같이 원산지 검증이다. 수입국 세관 등 원산지 검증의 주체기관에서는 원산지증명서의 형식적 요건보다는 실질 요건을 중점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이 경우 적정하지 않은 원산지확인서의 불법발급으로 인해 여지없이 원산지증명서는 허위발급으로 판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출자는 수입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게 뻔하고 수출자는 원산지확인서를 발급한 원재료 등 공급업체에 손해배상을 그대로 청구할 것이다. 원재료 등 공급업체는 ‘당신이 해달라고 해서 도장찍은 것밖에 없는데 왜 지금와서 나한테 이러느냐’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그것이 ‘원산지확인서’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우리나라와의 무역수지 악화로 원산지 검증의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하다. EU에 대해서는 더 많은 우리 기업이 ‘인증수출자(Approved Exporter)’로 지정을 받아 적극적으로 FTA를 활용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원산지확인서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후검증에 따른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예를 든다면 관세사의 검토를 거쳐야지만 원산지확인서가 유효하게 되는 원산지확인서 검증제도를 도입한다거나, 수출과 관련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장부의 기장의무와 같이 FTA에 필요한 원재료 내역과 완제품 판매내역 등을 법으로 정한 양식에 맞게 이를 매월 작성하게하고 익년에 결산보고케 하는 제도를 도입해 봄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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