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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감몰아주기 과세 신중 기해야

[칼럼]일감몰아주기 과세 신중 기해야

기사승인 2013. 07.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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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국세청은 최근 일감몰아주기 첫 과세 대상자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신고 안내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그 시작부터 공정과세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금년도 국세청의 세수목표에 비해 겨우 0.5%에 불과한 징세가 몰고 올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내지는 국세청의 신중한 조세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당초 재벌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나 상속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편법으로 국민정서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12월 31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국회에서 개정 통과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게 됐다. 즉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지배주주나 그 친인척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법에 따라 과세업무가 시작되자 예상 밖의 문제점과 부작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재벌기업의 편법 상속이나 증여를 막겠다는 입법취지가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시 되고 있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0대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내야 할 증여세는 62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사내유보를 보유하고 있는 재벌들의 입장은  '내면 그만' 이라는 식으로 비교적 느긋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재벌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입법 취지가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중소기업자들에게는 '세금폭탄'으로 앞으로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세 대상자 1만 명 가운데 30대 재벌소속 대상자 65명을 제외한 9945명은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자들에게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재벌기업의 계열사는 돈만 있으면 설립이 쉬운 광고회사나 SI(시스템 통합) 업체가 대부분이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의 계열사는 대부분 수직 계열화된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A사의 경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차려 부품을 납품받았다. 그런데 이 회사 대주주에게 증여세 6억 원이 부과됐다. 문제는 A사 대주주는 계열사 주식을 상속하지 않았고, 국내에는 다른 부품 공급처가 없다는 점이다. 과세를 피하려면 일본에서 3∼4배나 높은 가격에 부품을 사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에 대한 일괄적인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엄청난 후 폭풍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국세청이 금년도 세수목표 192조6000억 원에 비해 겨우 0.5%에 불과한 1000억을 걷겠다고 강경한 행정을 펼칠 경우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등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미국 EU 일본 등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 법안으로, 재벌기업들의 수십 년에 걸친 편법상속으로 속이 상할 대로 상한 국민감정에 편승한 졸속입법이란 견해도 있다. 애매하고 모호하며 위헌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지분구조는 ‘3% 이상 주주’를 분명하게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고, 내부거래를 어느 범위까지 계산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이중과세 소지가 있으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위헌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올해 들어 세수차질과 FIU법의 좌절로 악재가 겹치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에라도 전력투구해야할 궁지에 몰려있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무리한 행정은 정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공복임으로 이번 일감몰아주기 과세행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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