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인터뷰]‘인간중독’ 김대우 감독, “멜로에 베드신 빠지면 무슨 재미”

[인터뷰]‘인간중독’ 김대우 감독, “멜로에 베드신 빠지면 무슨 재미”

기사승인 2014. 05. 26. 11:1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39_6455
김대우 영화감독은 충무로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정사’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각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 감독은 ‘음란서생’과 ‘방자전’을 연출함으로써 ‘파격 멜로’ 장르에 한 획을 그었다.

김 감독이 ‘방자전’ 이후 4년 만의 신작을 내놓았다. 바로 송승헌·임지연 주연의 ‘인간중독’이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19금 멜로의 흥행신화’의 저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인간중독’을 연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배우 캐스팅이었다. 김 감독은 인기배우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을 과감히 캐스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송승헌은 연기변신 호평을 받았고, 임지연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 등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배우 모두 과감한 결정이었어요. 송승헌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편견·선입견을 듣고 그를 만났는데 ‘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가진 클리셰를 제거할 수 있겠다, 그 또한 노력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죠. 임지연은 이사람을 어떻게든 강 저편에 안전하게 내려줘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에 대한 평보다 임지연에 대한 평에 더 예민해요. 하하. 임지연은 귀여운 것도 아니고 섹시한 것도 아니고, 또 미인은 아닌데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고.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참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이라 캐스팅했죠.”

김 감독은 ‘인간중독’에서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부하 직원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금기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종가흔이 김진평의 유품으로 자신의 사진을 받는 설정을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원래는 사진 뒤에 ‘내 단 하나의 사랑’이라 쓸려고 했어요. 그런데 ‘단 하나의’라는 말이 불필요하더라고요. ‘내사랑’이라는 단어를 읊으니 강한 전율이 왔어요. 흔한 말인데 강렬하게 다가왔죠. 사람들로부터 ‘그래봐야 불륜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 사진 뒤에 ‘내사랑’이라고 적을 수 있는 인생이라면 축복받은 거라 생각해요. 사진의 주인공도 마찬가지고요. 영화를 보는 사람들 또한 그런 사랑을 만나는 인생이길, 그 사진의 주인공이길 바래요.”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방자전’에 이어 다시 한번 수위 높은 베드신을 선보였다. 그는 김진평과 종가흔의 사랑을 섬세하고 감정적인 베드신으로 표현해냈다. 전작이 ‘방자전’이라는 점은 그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랑 영화인데 베드신이 없으면 무슨 재미예요. 정사를 찍는데 갑자기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연출은 재미없잖아요. 저에게 베드신은 그냥 밥 먹는 장면 중 하나에요. ‘방자전’에선 인물들끼리 획득하고 획득당한 모습을 담아내려했고 ‘인간중독’에서는 두 캐릭터가 어울려져서 춤을 추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넣게 됐죠. 사실 수위는 ‘방자전’보다 더 센데 음악이 들어가서인지 예쁘게 봐주는 것 같아요. 여배우 임지연뿐만 아니라 송승헌까지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죠.”

이번 작품에는 ‘방자전’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배우 조여정이 김진평의 아내 이숙진 역을 맡아 출연한다. 주연이었던 조여정을 이번 작품의 조연으로 캐스팅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조여정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조여정은 아직도 보여주지 않은 게 많은 배우에요. 제가 이번에 주책 없고 코믹한 캐릭터를 줬는데, 이외에도 악역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죠. 조여정은 연기만 열심히 하지 다른 여배우와 달리 자신을 어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어쩔 때는 답답하기도 해요. 낯을 가리긴 한데 유머러스하고 개인기도 많아요. 괴짜 같은 면도 있죠. 감독들이 그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과감하게 캐스팅했으면 좋겠어요.”

김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영화를 제작해왔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그가 앞으로 내놓을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에게 19금 영화 외에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냐고 물으니 “그런 게 안 떠오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장르를 안 하려는 건 아니고 굳이 노력해서 만드는 게 그게 상업적인 것 같아요. ‘19금’이란 단어에 묘한 뉘앙스가 있어요. 나이든 사람이 15세 관람가 영화를 만드는게 상업적인 거 아닌가요? 19금은 필요 없는 말인 것 같아요. 차기작은 아직 준비하고 있지는 않아요. 흥행보다는 찍을 때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4년에 한편 정도 하는데, 제 앞으로의 감독인생에서 5분의 1을 한 작품에 바치는 거니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하는 게 꿈이에요.”

김 감독은 작가 출신 감독으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그는 “감독이 된 이후에도 직업란을 쓸 때 항상 ‘작가’라고 쓴다. 감독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내가 작가가 되게 해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존재하게 해준 조물주에게도 감사하다. 시나리오, 영화가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C39_6434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