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관기자수첩 | 0 | 김문관 경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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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끄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8월 14일 금통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제2경제팀 출범에 맞춰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각계의 압박이 무척 거센 것.
작년 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 태도를 바꿔 ‘정부와의 엇박자 해소’를 말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김중수 전 총재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이미 언론과 시장에서는 8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과거 그토록 강조돼온 중앙은행 독립성의 의미와 가치를 거론하는 자는 극히 소수다.
이 총재 본인이 최근 언급했듯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이며, 또 1000조원을 돌파한 우리 경제의 ‘뇌관’ 가계부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경제는 심리’라고 했던가. 이미 시장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 금리 등 지표로 반영된 상황이기도 하다. 정책효과가 더욱 의심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총재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취임 후 4~5월에는 인상을 언급하다가 6~7월 금통위서는 인하 신호로 급선회했다. 이른바 ‘갈지자(之)’ 행보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이런 행보는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비용낭비를 유발할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대한 이 총재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이 총재와의 조찬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학 선배시고 상견례 성격”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서있던 이 총재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과도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옛말에 천명은 ‘하늘을 가르듯 내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복잡한 셈법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만큼 언행 하나 하나에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 총재 입장에서 8월 금통위에서의 ‘편한 선택’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편한 선택이 ‘올바른 선택’에 앞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중앙은행 총재의 숙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