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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마의 정원’ 정유미, “매일 쏟아낸 눈물…아픈만큼 성숙해졌다”

[인터뷰] ‘엄마의 정원’ 정유미, “매일 쏟아낸 눈물…아픈만큼 성숙해졌다”

기사승인 2014. 10. 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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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힘들게 촬영한 작품일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배우들은 말한다.


최근 종영한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극본 박정란, 연출 노도철·권성창)은 배우 정유미에게 그런 작품이었다. 생애 첫 일일드라마라 좀처럼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그가 맡은 서윤주 역할이 극 중반부터는 매일같이 눈물을 쏟아내는 상황에 처해 감정 소모도 컸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와 예능 촬영까지 병행하게 돼 하루에 3시간만이라도 잘 수 있다면 감사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그 모든 걸 완벽히 해낸 정유미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고 홀가분해 보였다.


“일일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작품은 해본 적이 없어서 역할 제안이 들어왔을 때 부담도 됐고 걱정도 컸어요. 그래도 박정란 선생님께서 저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시며 꼭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도전하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여자의 약 10년 동안의 인생을 표현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윤주가 출생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많은 비밀을 안고 있다 보니, 그 상황에 공감하고 몰입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워낙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많았던 덕분인지, 감정 연기 하나만큼은 확실히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정유미가 말한 대로 극중 윤주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으려 했다. 모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 홀로 눈물을 흘릴지언정 남에게 앓는 소리를 하는 법이 없는, 바보 같이 착하고 여린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유미는 앞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정준영과 가상 부부로 출연하며 활발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던 터. 실제 성격과 너무나도 다른 서윤주를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는지 묻자 정유미는 “솔직히 조금 그랬다”며 웃음을 지었다.


“사실 제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소심한 편인데, 그런 제가 보기에도 윤주는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한 번 시원하게 속마음을 털어놨으면 좋겠는데 늘 감추기만 하니까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또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저희가 ‘웃음 담당’ 커플이었잖아요. 비슷한 시기에 공포영화 ‘터널 3D’까지 촬영하고 있었고요. 전혀 다른 세 가지 에너지를 동시에 내려고 하다 보니, 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못 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전부 끝내놓고 보니 드라마, 예능, 영화 전부 다 다시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지만요.(웃음)”


정유미는 지나치게 바쁜 일정 탓에 난생 처음 쓰러져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며 울상을 지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함을 드러냈다.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지는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에게도 긴 무명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유미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그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진 그가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이런 상황이 보통 힘들게 찾아오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만약 제가 데뷔하고 1~2년 만에 금방 유명해졌다면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의 인기도 영원하진 않을 테니 자만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도 무명이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요.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젊은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엄마의 정원’을 통해 많은 어르신들로부터 예쁨을 받았어요. 감사함을 잊지 말고 매 순간에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드라마에서는 최태준(차기준 역)과 결혼해 고된 시집살이를 맛 봤고, 예능에서는 정준영과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즐겼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정유미에게 실제 결혼 계획은 없는지 묻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라마에서 결혼을 여러 번 해봐서 그런지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고 현실감도 없어요. 시집살이를 해보니 결혼이 둘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도 느끼고, 영원히 나랑 함께할 정도로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도 결혼을 한다면 자상하기보다는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남편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활동적인 편이라 같이 여행을 다니거나 놀러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성격적으로는 ‘엄마의 정원’ 속 기준이와 ‘우리 결혼했어요’의 준영이를 반씩 섞은 사람이면 딱 좋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126부작 작품을 마쳤으니 한동안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정상이거늘, 정유미는 벌써부터 차기작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그는 “액션도 해보고 싶고, 망가지는 거나 재밌는 것도 해보고 싶고, 이것저것 막 해보고 싶다”며 아이처럼 들뜬 모습을 보였다.


“다작을 하는 배우라는 말을 많이들 해주시는데,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얼른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도 항상 그 캐릭터가 제게 딱 맞는 옷인 것 같은, 그런 다양한 느낌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정유미라면 잘 하겠구나’라는 믿음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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