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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어디로 가고 있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어디로 가고 있나

기사승인 2014.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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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주년 특별 좌담] "한반도, 린치핀으로 세계 속에 우뚝서야...인도 중앙아시아까지 유라시아에 포함, 협력 대상으로 사업 추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12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11일 서울 신문로 신문로빌딩 통일연구원 통일정책협의회실에서 피터 벡 ‘뉴 패러다임 인스티튜트’ 고문 (왼쪽부터),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기창 외교부 유라시아과 과장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이병화 기자photolbh@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8일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각국과 협력해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유럽까지 대륙을 관통하는 철도를 놓아 교통망을 연결하고, 전력망·가스관·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하는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선 남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2014년 연중 기획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움직임, 경색과 회복국면을 반복하며 휘청거린 남북관계 등으로 인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14년 연중 기획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결산 좌담회가 11일 서울 신문로 신문로빌딩 3층 통일연구원 통일정책협의회실에서 개최됐다.

좌담 좌장에는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이, 패널로는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피터 벡 전 아시아재단 대표, 박기창 외교부 유라시아과 과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부 부장이 맡았다.

다음은 좌담 전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02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조민 “우리 한민족은 6000년 동안 동북아를 활동무대로 해왔다는 점에서 대륙세력의 주체였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미국·일본 등 해양세력과 만나면서 해양 세력과의 교류는 1세기 정도 됐다. 그런 역사를 배경으로 이제는 국가의 발전전략과 한반도 분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복합적인 인식 속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나왔다. 현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러 관계가 핵심인데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와 짝을 이루는 것이 한·중 관계를 미래 핵심으로 제시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다.

이 두가지 모두 대륙문명으로의 회귀를 추구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해양세력과의 관계 속에서 대륙세력과의 오랜 유대를 배경으로 국가발전 전략을 선회시키는 모멘텀을 엿볼 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어떤지, 어떤 추진력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기창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0월 대통령께서 슬로건으로 제시하셨다. 이에 앞서 ‘유라시아 협력’이라는 국정과제로 시작했다. 이전엔 ‘미·중·일·러’라는 주변 4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를 펼쳤는데 이제는 러시아를 유라시아 틀 속에 넣어 크게 보고 접근하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보고 ‘창조의 대륙·평화의 대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수천년간 교류해 왔던 대륙과의 관계 회복이 그 중심에 있다. 긴장과 분쟁을 극복해서 새롭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경제·평화·문화를 아우르는 큰 틀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하나의 동심원 속에서 범위를 바꿔가며 차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정부는 하나씩 추진해가고 있다. 핵심은 결국 물류·에너지 네트워크다. 주변 환경이 제약된 상황에서 일단 추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하자는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조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진전되는데 북핵 문제가 현실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가동되면서 남북관계 진전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북아 역학구도를 재점검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해 나갈 단계라고 본다.”

최영재 “정부의 어느 부처·레벨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추진되고 있는가.”

박기창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국무총리실 산하 ‘남·북·러 3각협력사업 범정부 협의체’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치·안보가 함께 포함된 문제로 외교부·통일부·산업부·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가 함께 협의하고 있다.”

최영재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러 중심으로 진행되던 것이 동력을 잃은 느낌을 받고 있다. 또한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하고 있는 ‘신(新)실크로드 구상’과 맞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중국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03
박기창 외교부 유라시아과 과장
박기창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그런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러 관계가 어긋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기업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고, 우리도 신중하게 다가가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과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과 주변 4국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역할, 이 둘 사이에서 신중한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영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는 ‘헤드쿼터’는 어떻게 되는가?”

박기창 “상대국과의 협력 등 국제 분야에서는 외교부가 간사역할을 하고 있고, 기업 등 국내적인 부분에서는 기재부가 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전체적으로 총리실에서 조율하고 청와대에 보고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터 벡 “나진-하산 물류사업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

박기창 “철도는 이미 완공됐고 나진항도 올해 개보수 공사가 모두 끝난다. 이미 끝난 사업에 우리 기업이 들어갈지 여부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영재 “김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김명섭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정부차원의 협력’과 ‘민간차원의 협력’ 두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봐야한다. 이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유라시아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모두 묶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동유라시아라는 개념을 다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학문적 개념을 갖고 지정학적 개념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곳에 살고 있다는 개념적 현실을 알려주는 게 필요한데 이것이 부족하다.

다른 국가는 역사·지리를 가르친다. 그게 한 과목이다. 자신이 생활하는 곳을 중심으로 동심원적인 역사를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만 가르친다. 다른 것에 대해선 몰라도 되는 것처럼 돼 있다. 이런 민간의 인식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끌고가는 정부의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조민 “유라시아는 공간적으로는 광대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라는 대륙문명과 미국·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의 ‘린치핀(고정나사)’이다. 한반도가 어느 쪽과 새로운 문명의 파트너가 되느냐는 양측 모두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전환사적인 문제에 대해 스탠스를 어떻게 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시점에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치를 내건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새로운 문명의 운명체가 변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위상은 매우 핵심적이다. 한반도가 지금까진 강대국 주도의 세계사에서 피동적인 존재였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이 독립변수로 정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우리의 정체성을 우리 국민들이 적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07
피터 벡 전 아시아재단 대표
피터 벡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조선일보에서 진행하고 있는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다. 독일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프로젝트인데 러시아에선 결국 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 자전거를 타고 올 만큼 유라시아가 가깝다는 것인데 대북 관계가 교착된 상황이 매우 답답하다.

아울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추상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제는 현실적인 계획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러시아도 욕심이 많다. 미국도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관건은 남북관계다. 남북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선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 훈춘(琿春)과 북한 나진까지의 도로 포장도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시간이 10년이나 걸렸다. 미국은 괜찮다. 개성공단 사업도 미국이 반대하지 않았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러시아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있지만 반대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최영재 “벡 대표가 말한 것처럼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지난 20년동안 될 듯 말 듯했다. 이런 걸 여러번 보다보니 잘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보는가?”

조민 “남·북·러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입장은 우리다. 중국과의 관계는 일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 경제권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발전 전략은 중국과 유라시아 지형의 생존전략에 달려 있다. 시 주석이 제안한 아시아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AIIB 본부를 서울이나 인천에 두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한·중 간 경제 협력 심화, 한·러 관계 미래발전 전략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우려는 이해가 된다.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게 현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끌고 갈지에 대해 전략적인 고뇌가 필요하다. 아울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천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박기창 “앞서 자전거 원정대를 언급했는데 고려인 오토랠리를 예로 들고 싶다. 지프차 8대를 타고 북한을 그냥 지나왔다. 남북관계가 어느 한순간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음 속에 너무 큰 장벽이 있어서 못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 올해부터 러시아와 비자면제를 했고, 카자흐스탄과도 비자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기차를 타면 러시아에서 유럽까지 비자없이 그냥 갈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몽골에서의 통관 문제, 에너지망 구축 방안 등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하나둘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좌담회-06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명섭 “지난 1999년 대학생들과 함께 연해주로 해외 농활을 간 것이 생각난다. 그때 학생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지정학적 충격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우리가 몰랐던 세계가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이런 지정학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 외교차원에서도 ‘유라시아 청년 미래 공동체 재단’ 등을 만들어서 장기·지속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외교에 있어 ‘프렌드 클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동안 제국의 충돌 속에 시달려서 ‘대제국외교’가 당연하다고 보는데 이제는 이것을 국제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키스스탄 등 모두가 국제사회에서 한 표다. 이들 역시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게 많다. 우리 우방 국가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박기창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안에서 풀 문제가 많다. 장기적으로 ‘노비자존(NO-VISA ZONE)’으로 연결시켜서 유라시아 리본벨트를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의 지지와 국민의 지속적 관심이 중요하다. 아직 유라시아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이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우리의 경험을 많이 필요로 한다. 중앙아시아를 중점 협력대상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민 “우리가 린치핀·허브·브리지로 세계 속에 우뚝서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우리 속으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유라시아 전략에 인도를 끌어들이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우리 외교 구상을 전환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끌고가겠다는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아울러 남북관계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 이젠 단순히 금강산 관광만 다룰 것이 아니라 원산만·마식령 지구를 연계해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관광 특구로 교류를 확대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을 ‘관광·생태·경제 벨트’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 이 같은 구상은 나진-하산으로 이어져 결국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커다란 모멘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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