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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 예술이 되다

[칼럼] 게임, 예술이 되다

기사승인 2014. 12. 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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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란 동의대 디지털콘텐츠공학과 교수
전경란 동의대 교수
전경란 동의대 디지털콘텐츠공학과 교수

한국에서 게임은 20년을 주기로 그 위상이 재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게임은 1970년대 전자오락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문화콘텐츠로서 인정을 받고 그 진흥을 위한 국가예산이 편성되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요즘, 게임이 문화상품을 넘어 예술의 범주로 본격적으로 거론되거나 아예 법적으로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하자는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급한 오락으로 여겨졌던 게임이 문화산업의 주역으로, 또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기간과 주기만 다를 뿐 사진이나 영화가 걸어온 길을 게임 역시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을 예술이라 할 수 없고, 또 게임이 전부 예술이 될 필요도 없다. 또한 예술 형식으로서 게임을 논의한다는 것은 과몰입과 폭력 등 게임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처하기 위한 게임산업의 대응논리나 게임 매니아들의 맹목적인 애호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게임을 통해 구현되는 디지털 기술의 표현적 잠재력과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창조적 가능성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그것의 표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꽃을 피웠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은 실재하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기반으로 영화라는 이야기 매체를 창조했으며 시각적 표현과 영상 예술이라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의 소설, 회화, 사진, 영화를 통해 구현된 표현기술을 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그 힘을 이용자가 직접 체험하고 작동하게 한다. 시각, 청각, 촉각은 물론 사회적 관계망까지 아우르는 게임의 표현력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쇼크(Bioshock)> 시리즈나 <저니(Journey)>와 같은 게임은 시각적 요소, 스토리, 사운드 차원에서 그 독특함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게임은 텔레비전이나 영화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이용자가 끊임없이 선택하고, 관계 맺고, 행동해야 한다.


단순히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임에서부터 정교하게 구축된 세계관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시험하고 딜레마 상황 속에서 고뇌해야 하는 게임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는 다양한 가상의 체험을 실제로 하게 된다. 게임은 이렇듯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술의 존재가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시험하고 도전하게 함으로써 예술 자체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추동해왔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게임은 새로운 표현양식과 소통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이 시대에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지닌 표현의 가능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실험하고, 그 속에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비록 그동안 게임의 행보가 진지한 소통보다는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상호작용에 의지하는 경향이 컸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게임이 지닌 예술로서의 잠재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어 게임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한다면 이미 인류의 손에 들어온 게임이라는 새로운 예술영역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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