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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장교 ‘전역 불가’ 또 있었다” 파문

[단독] “국방부, 장교 ‘전역 불가’ 또 있었다” 파문

기사승인 2015. 03. 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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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육사 66기 일부 인원 포함, 지난해 해사 63기 5명 '무더기' 강제 불가 조치, 자발적·비자발적 전역 못한 장교들 많아 '인권침해 심각', 사전 인력수급·신축적 전역 대책 화급
“실제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전역을 제한 당한 장교들이 많고 군에 남은 장교들도 자살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10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가 올해 임관 5년차인 육군사관학교 66기 장교 전역 신청자 가운데 일부 인원에 대해 강제 전역 불가 조치를 내린 것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해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무더기’로 개인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아시아투데이 2월 24·25일자 ‘장교가 전역도 못하는 군대’ 단독 보도 참조)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상 그동안 장교 개인 의사가 무시 당하고 군의 일방적인 ‘강제 전역 불가’라는 일선 장교들에 대한 불이익과 인권 침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해사 63기는 29명의 전역 신청자 중에 5명이나 장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군의 강제 전역 불가 조치라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부로 전역한 육사 66기도 당초 창군 이래 가장 많은 32명이 전역 신청을 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3명은 전역 심사 전에 자진 포기하고 29명 만이 전역 심의를 받았다.

우리 군 장교들이 그동안 전역을 하고 싶어도 군 내부의 보이지 않는 저항과 넘어야 할 절차들이 많아 적지 않은 장교들이 사실상 미리 전역을 포기하거나 전역 신청을 하고도 심사 전후에 자진 취소하거나 강제 전역 불가 조치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군 인사법에 따르면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임관 만 5년 차에 자진해서 전역을 신청하고 전역할 수 있다는 개인의 권리가 분명히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직된 군 조직 특성상 장교들이 전역 신청조차도 군 내부의 보이지 않는 거센 저항과 함께 넘어야 할 절차 속에서 ‘낙인’까지 찍히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어렵사리 전역을 신청했다가 강제 전역 불가 조치된 장교들은 그야말로 자살까지 고민할 정도로 군 생활에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관 5년 차에 전역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사관학교 출신 젊은 엘리트 장교들은 군 생활에 대한 부적응은 물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거나 독자·독녀인 경우는 부모를 가까이서 직접 보살피고 요양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선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군 당국이 최근까지도 임관 5년 차에 전역할 수 있다고 사관학교 입시 홍보물과 홍보 교육활동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어 어린 고등학생들과 입시 준비생, 부모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사관학교 입학 전에 그 누구도 어디에도 군 인력운용상 전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미리 알려 주지 않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69기 졸업
해군사관학교 69기 졸업 생도들이 지난달 26일 졸업식에서 힘찬 군 생활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푼 장교의 꿈을 갖고 군 생활을 시작한 젊은 엘리트 장교들이 임관 5년 차에 자진 전역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 강제 전역 불가 조치를 내리고 있어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사진=해군 제공
현재 군이 전역 불가 조치 사유로 내놓고 있는 인력운용상의 차질 때문이라는 해명에 대해 이미 전역을 한 장교나 군에 남은 장교들,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동료 장교들 조차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군에서는 전역 사유를 근무불성실자나 징계자에게 우선 전역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해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징계를 받도록 오히려 군이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5년 차 전역 선발자’ 명단이라는 공문을 부대에 하달하고 있어 전역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마치 군이 무슨 특혜를 주거나 전역지원서 제출 기회를 주는 것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전역 신청자들의 명단이 버젓이 내부 인트라넷에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역을 신청했다가 보이지 않은 저항에 중도 포기한 ‘전역 취하자’, 전역 불가 조치된 ‘부결자’, 전역자들의 명단이 군 내부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외부까지 유출된 것으로 전해져 심각한 인권침해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외부에 유출된 명단에는 개인 이름부터 병과, 근무지, 연락처까지 엑셀 파일로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5년 차에 전역 기회를 부여한 다음 다시 10년 차에 전역 조치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1~2년 전에 전역 지원자가 어느 정도 될지 사전에 파악해 비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을 더 선발하거나 인접 기수나 병과에서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만일 5년 차 당해 연도에 인력운용상의 문제가 있다면 굳이 5년을 더 기다리는 막대한 전투력 손실보다는 차라리 다음해라도 장교 인력 수급을 통해 전역 희망자들은 6년차, 7년차에도 신축적으로 전역 조치를 하는 것이 우리 군이나 일선 장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 예비역 전문가는 “국회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장교들의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가 일선 장교들의 개인 인권보다는 정치권의 과도한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임관 5년 차에 전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군에 들어온 전역 희망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역을 신청했다가 자발적·비자발적으로 포기나 취소한 장교들이 거의 인생을 자포자기 하거나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장교들이 어떻게 일선 장병들을 지휘하고 군과 상관의 지휘를 제대로 받을지 정말로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소수의 장교들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군에서 낙인찍힌 군인들의 인권과 상처 받은 인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면서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전역 불가 조치 장교들의 거센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전역 지원 자체를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올해 5년 차 전역 장교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임관자 468명 중에서 육사 66기 211명 중에 27명(12.8%), 해사 64기 121명 중에 12명(10%), 공사 58기 136명 중 14명(10.3%)이라고 밝혔다. 육사는 2014년 65기 31명(14.6%), 2013년 20명(9.7%), 2012년 17명(7.7%), 2011년 19명(8.8%)으로 확인됐다. 해군과 해병대는 2014년 해사 63기 24명(19.2%), 2013년 27명(19.7%), 2012년 30명(18.6%), 2011년 25명(15.1%)이었으며 공군은 2014년 공사 57기 13명(8.2%), 2013년 25명(16%), 2012년 20명(10.7%), 2011년 16명(8.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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