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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삼성고시 ‘SSAT’ 현장 가보니… “이번에 떨어지면 더 이상 보지 않을 것”

[스케치]삼성고시 ‘SSAT’ 현장 가보니… “이번에 떨어지면 더 이상 보지 않을 것”

기사승인 2015. 04. 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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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8시께, 삼성 SSAT 응시생들이 한티역 3번 출구에서 나와 고사장인 단대부고로 향하고 있다./사진 = 이승환 기자.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합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생들은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형 첫 단계에서 SSAT를 통해 모든 이에게 삼성 입사의 기회를 주는 채용은 이번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서류 전형이 부활해 채용 과정이 한 차원 어려워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2일 오전 8시께, 지하철 한티역 3번 출구에서 SSAT 응시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왔다.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고사장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단대부고)로 이어지는 길에 응시생들로 쉴 새 없는 긴 행렬을 이뤘다.

고사장인 단대부고 앞 도로 한복판을 빈 차 대여섯 대로 막아 오고가는 차량을 통제했다. 교통 혼잡을 사전에 차단해 응시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삼성은 이번 SSAT 응시생 규모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1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가한 오전 주말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건 인근 주민들에게 일종의 ‘행사’였다. 단대부고 건너편 아파트 경비원은 “단대부고(고사장) 앞 거리는 사실 이 아파트 측의 사유지이지만 SSAT 시행 날은 주민들이 조금 피해를 봐고 넘어간다”며 “워낙 중요한 시험이니 주민들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응시생의 목소리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 공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 모씨(28)가 든 SSAT 문제집에는 빼곡이 밑줄과 동그라미가 처져 있었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하루 5시간 씩 공부했다”며 “올 하반기 서류 전형이 부활해 채용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만큼 필사적으로 이번 시험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변 모씨(30)는 “2년째 SSAT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매번 떨어졌는데 이제 나이도 있고 채용 과정도 어려워져 이번에 떨어지면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소기업을 다니는 변 씨는 “대우나 복지로 보나 삼성이 최고이지 않은가”라며 “삼성 입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입실 마감 시간(오전 8시30분)이 다가오자 지각 응시생들은 고사장으로 헐레벌떡 뛰었다. 응시생들은 태운 차량 3대가 정문 앞에 몰려들다 예기치 못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커닝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응시생들은 휴대전화 들고 입실할 수 없다. 삼성관계자는 “시험 출제 위원이 매년 바꾸고 보안을 유지해 정보 유출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은 언어·수리·추리논리, 시각적사고, 상식 등 5가지 평가영역으로 구성됐다. 응시생들은 총 160문항을 140분 동안 풀어야한다. 이번 SSAT는 학점 3.0 이상의 점수 등만 있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지만,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직무적합성평가(서류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에 한해 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한다.

SSAT는 199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로 서류 전형을 폐지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열린 채용’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모든 지원자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해 학력 제한이 심했던 당시 대기업 인사 풍토에서 파격적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이 회장은 1997년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 “고졸자들에게 특별히 잘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졸업장을 이유로 기회의 차별을 두지 말고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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