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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단 돈 5000원 훔치려...’ 절도만 51건 벌인 생계형 절도범

[기사의 극적 재구성] ‘단 돈 5000원 훔치려...’ 절도만 51건 벌인 생계형 절도범

기사승인 2015. 04.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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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절도범아 식당 창문 열고 들어가 돈을 훔쳐 달아났다. 51차례에 걸쳐 훔친 돈은 500만원 /사진=픽사베이
“김진평이 대나무 숲을 날아오른다.

뒤쫓는 복면 자객들이 경공법으로 뒤따르나 김진평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자객들이 예리한 표창을 날린다.


김진평이 공중에서 뒤를 돌아보더니 화신검법을 펼치며 자객들에게 검기를 쏘아 보낸다...”


컵라면의 남은 국물을 마시며 성칠이 판타지소설을 넘긴다. 이제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소설에 푹 빠져 주인공처럼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다. 짧은 미소가 그의 얼굴을 스치는 순간 뒤쪽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린다.


“안성칠씨 당신을 상습 절도 혐의로 현장 검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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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어둠속에서 성칠이 건물과 건물 사이로 몸을 숨긴다.

 

버려진 쓰레기, 에이콘, 환풍기 등에 걸려 넘어져 옷이 뜯기고 피가 나지만 개의치 않는다. 벽면을 통해 난 작은 창문을 열어본다. 다행이 식당 주인이 잠그지 않고 가게 문을 닫아, 성칠은 그 창문을 통해 가게로 진입한다.


가게를 밝혀주는 건 비상구를 가리키는 녹색등과 컵 건조대의 푸른 불빛뿐이다. 성칠은 식당의자에 부딪히지 않으려 조심조심 카운터로 향한다. 어둠을 더듬거리며 카운터에 도착해 서랍과 계산대를 뒤지기 시작한다. 돈통에 현금 5천원이 들어있다. 성칠은 꼬깃꼬깃 돈을 주머니에 챙겨 들어왔던 창문으로 기어나간다.


아침이 밝아올 성칠의 하루는 매번 그런 식으로 보장되었다.


성칠은 가진 게 없었다. 애초 태어날 때부터 아무 것도 없었다. 부모는 성칠을 낳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족도, 집도, 돈도 없었다.


자연스레 성칠은 생계를 위해 어렸을 적부터 물건을 훔쳤다. 빵을 훔쳤고 더 나아가 돈을 훔쳤다. 소년원을 들락날락했다. 누구 하나 성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을 훔치던, 소년원에서 나오던 성칠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성칠은 소년원에 있을 당시 용접기술을 배웠다. 소년원을 나와 남들처럼 살아보려 공사판에서 용접 일을 했다. 하지만 그도 오래가지 못했다. 공사판 인부들이 성칠의 상습 절도 전과를 알자 그를 멀리했다. 성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성칠을 의심했으며 점차 그를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아직 어렸던 성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의 무서움이 아니었다. 따듯한 사람의 온정이 필요했던 나이에 성칠은 사람의 냉정함을 경험했고 사람이 두려워졌다. 뚜렷한 거주지가 있을 리 없던 성칠의 집은 찜질방이었고 소년원이었고 교도소였다.


소년원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자 교도소를 들락날락 거렸다. 죄명은 늘 똑같은 상습 절도였다. 찜질방에 가기 위해, 밥을 먹으려 식당을 털었다. ‘털었다’라는 말을 하기에도 부끄러운 범행이었다. 영화에 나오듯 범죄행각을 숨기려 사전 계획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범행이 아니었다. 식당의 창문이 열려있으면 들어갔고 닫혀있으면 들어가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우연히 열려있는 창문으로 식당에 들어가 돈을 훔치면 많아봐야 몇 만원 수준이었다. 그렇게 여러 곳의 식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정작 식당주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많았으리라.

 

성칠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잡히면 죄를 인정하고 교도소에 가면 그만이었다. 성칠의 ‘어제들’은 늘 그런 식으로 움직였다. 도덕, 미래, 행복이란 의미에 대한 생각은 성칠이 태어나고 얼마 안 돼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배울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성칠도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판타지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일단 돈이 많이 들지 않았다. 만원이면 만화방에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그 하루 동안 성칠은 다른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귀신을 잡는 퇴마사, 물위를 걷는 무림인, 사물을 꿰뚫어보는 초능력자.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성칠과 같은 모습의 사람으로 그려졌다. 다만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성칠은 그들의 세상에 살고 싶었다. 당장 만화방이 끝나면 잘 곳이 없는 성칠이었지만 판타지소설 주인공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세상을 호령하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그 세상은 끝나버렸다. 성칠은 그저 하루를 살기위해 어둠속에서 식당 창문을 열고 다녔을 뿐이었다.


성칠에게 꿈꾸는 내일은 없었다. 그저 오늘을 살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경찰이 그를 잡아갈 때도 당연히 일어날 일 인 것처럼 무표정하게 덤덤히 경찰서로 향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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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끝난 식당을 51차례나 턴 도둑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김모(41)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자였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소년원과 교도소를 제집처럼 오갔다.


소년원에서 용접기술을 배워 취직하기도 했으나 동료로부터 집단 왕따를 경험한 뒤 직업 구하기를 포기했다.


돈을 벌기 위해 김씨가 선택한 것은 영업이 끝난 식당 창문을 열고 들어가 돈을 훔치는 것이었다.


치밀한 범행계획 없이 창문이 열려있으면 들어가서 도둑질을 했고 닫혀있으면 하지 않았다. 이렇게 51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후 챙긴 돈은 고작 500만원뿐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쉽게 김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김씨는 체포되기 직전 만화방에서 유일한 취미인 판타지소설을 읽다가 검거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1#2015.04.20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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