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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술·담배·도박으로 얼룩진 어린이공원

어른들의 술·담배·도박으로 얼룩진 어린이공원

기사승인 2015. 05. 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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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이들 안전 권리 침해 소지 있으면 단속 강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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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은행공원에는 낮마다 연중무휴로 내기 바둑·장기판을 벌이는 노인들로 어린이들이 설 곳이 없다. /사진=박정배 기자
어린이를 위한 공원과 놀이시설이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행동으로 인해 기존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마련된 전용 공간이지만 정작 어린이는 찾아볼 수 없으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 일색이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은행공원.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 살고 있는 50대 이상 장년 남성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냈다. 후줄근한 옷차림의 이들은 그늘진 공원 벤치를 독차지하면서 해가 질 때까지 바둑·장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의 게임에는 늘 판돈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심심치 않게 싸움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바둑·장기를 마칠 때면 주위에는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수두룩하고 낮임에도 소주병과 종이컵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이 가지 못하고 있다. 부모들이 자칫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공원 주위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안전한, 더 먼 곳에 있는 놀이터로 보내고 있었다.

서민정씨(38·여)는 “여섯 살이 된 딸이 있는데 공원에서 내기를 하면서 욕설을 내뱉고 술·담배 냄새를 풍기는 어른들 곁에 두고 싶지 않다”며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이 공원에서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금천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노름을 하는 어르신들을 강제로 끌어낼 도리는 없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면 벤치를 철거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계속 이 같은 행동을 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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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길어린이공원에 버려진 소주병과 맥주캔. /사진=박정배 기자
또한 ‘어린이공원’이라고 버젓이 이름을 건 공원에서도 술병이 나뒹구는 등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별장길 어린이공원에는 전날 마신 듯한 소주병과 맥주캔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쓰레기통에도 맥주 페트병과 막걸리병이 버려져 있었다. 담배꽁초도 마찬가지였다.

현행법에 의하면 어린이공원에서는 음주·흡연·노숙이 제한돼 있다. 또한 금주·금연에 대한 안내판이 있지만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어린이공원에서 발생되고 있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이나 권리가 침해되는 소지가 있다면 단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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