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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르스 사태와 대한민국의 안전관리체계

[칼럼] 메르스 사태와 대한민국의 안전관리체계

기사승인 2015. 06.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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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수정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감염의 확산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격이 더 많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누구 탓인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무엇이 사태를 악화시켰는지, 어떤 점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짚어보아야 할 것 같다.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해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 원인을 보다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첫째,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으며,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 언제라도 우리나라까지 감염자가 이동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유사시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것이다. 만일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 먼저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면 이를 거울삼아 준비를 했을 것이지만, 중동이라는 거리감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다.

둘째, 메르스 감염 경로에 대한 외국의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접촉거리 2m, 밀접 접촉시간 1시간’이라는 기준에만 매달리다 초기 감염의 급속한 확산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사람들이 계속 메르스를 전파시키는 것을 차단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동과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이나 생활환경의 차이가 감염 경로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안이함이었다.

셋째, 국민 불안의 확산 내지 관련 병원의 피해를 우려해 관련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감염 확산을 부채질했다. 결국은 공개하게 될 것을 무리하게 비공개로 진행했던 탓에 오히려 국민 불안은 커지고, 온갖 소문이 퍼지면서 엉뚱한 병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 역시 사태의 진전을 너무 쉽게 판단한 안이함이었다.

넷째, 각 부처 간 대응의 혼선이 여전했다.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는가 하면, 각자의 역할분담에 대해서도 기준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다. 심지어 정부 부처들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서 서울시가 나서서 또 다른 대책을 내놓았던 것도 혼선을 부채질했으며, 이런 상황의 근저에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었다.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문제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직후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정부조직을 개편해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줬던 정부가 실제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는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큰 사건 하나 겪었다고 공직사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거에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을 통해 수없이 겪었다. 정부 부처를 바꾼다고 해서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들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큰 것이 아닐까.

세월호 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는 점이나 국민안전처의 활동에 대한 실망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원인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공직사회의 안이함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안이함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병들고, 죽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데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안이함 말이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 장관 몇 명의 해임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고, 정권의 교체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공직사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문제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할 일이다.

이제 누구라도, 언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공과 과에 대한 엄격한 보상과 책임이 확실해야 한다. 잘못을 알면서도 적당히 눈감아주는 온정주의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정치권이든 공직사회든 경제계든 모두가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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