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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자가격리자 생필품 배달…007작전 방불

메르스 자가격리자 생필품 배달…007작전 방불

기사승인 2015. 06.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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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정순미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주민센터 주무관 인터뷰
메르스
메르스 자가격리자들에게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주민센터 공무원들. 최정아 주무관(오른쪽)이 배달 당시 자가격리자와 직접 만났던 일화를 정순미 주무관에게 재연하고 있다. / 사진 = 정아름 기자
“국가차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재난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메르스 자가격리자들에게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는 두 공무원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 1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정아 주무관(여·38)과 정순미 주무관(여·37). 이들은 메르스 감염의 위험을 무릅 쓰고 일하고 있다.

메르스 발생 초기인 이달초에는 제대로 된 방역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일반마스크와 수술용 장갑을 자체적으로 조달, 배달 업무를 해야 했다.

최 주무관은 “지금도 보건소에서 지급한 1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며 “의사들이 착용하는 마스크는 본 적이 없다”고 현장의 고충을 털어놨다.

정 주무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역체제를 정비해 추후 재난 상황 발생시 방호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역물품이 갖춰진 상황에서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환자에 대한 생필품 배달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자가격리자들과 접촉하면 안되고 자칫 주민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격리자들의 거주지가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달은 대부분 자가격리자가 통보된 날 당일 이뤄진다. 생필품은 1인당 10만원 한도 내에서 격리자의 의사를 물은 뒤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된다. 물품은 배달직원이 직접 구입한다.

최 주무관은 “문 앞에 생필품을 넣은 박스를 놔두고 사진을 찍은 뒤 떨어져서 전화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주무관은 “자가격리자 가운데 메르스 음성 판정이 난 사람들도 소문이 날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자가 확진자 인지 확진자 가족인지도 모른 채 묻지마 배달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최 주무관은 “자가격리자의 이름·생년월일·주소·연락처만 알고 간다”며 “격리기간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한번은 배달을 하다가 자가격리자가 갑자기 문밖을 나오는 바람에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 격리자는 병원을 갔다가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을 해 집에서 머물고 있다.

최 주무관은 “자가격리자가 집에서 너무 빨리 나와서 생필품 박스를 직접 건넸다”며 “격리자가 열은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자가격리자는 물론 시민들 자체적으로도 보건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 주무관은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온 뒤 마스크를 안 쓰고 주민센터를 오는 분들이 있다”며 “위생 소독을 철저히 하라고 언론에서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제일 고통인 것은 아프신 분(메르스 환자) 아니겠냐”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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