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단독]‘껍데기는 구라’…하이모 접착제 알고보니 타사제품

[단독]‘껍데기는 구라’…하이모 접착제 알고보니 타사제품

기사승인 2015. 07. 02. 08: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FDA 승인 받았다는 접착제 실상은?…대용량 다우코닝 제품을 소량용기에 나눠 판매
하이모 접착제
하이몰에서 판매중인 ‘The Magic 접착제(옆·뒷머리용)’ 상세정보. ‘미국 FDA의 승인 받은 안전한 제품입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제공=하이모)
하이모가 타사 제품을 직접 제조한 것처럼 표기해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해당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하이모가 자사의 기술력을 과대포장하고자 일부러 허위 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일 하이모 전 직원에 따르면 하이모가 개발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발용 접착제가 사실은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외부에서 구입해온 대용량 통에 들어있는 접착제를 하이모의 판매용 용기에 나눠 담는 걸 본 적 있다. 절대로 하이모가 만든 제품이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문제의 제품은 두피에 가발을 고정시킬 때 사용하는 가발용 접착제로, 하이모 각 지점과 온라인 등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었다. 정확한 제품명은 ‘The Magic 접착제(옆·뒷머리용)’이며, 연고나 본드와 비슷한 튜브형태의 용기에 담겨있다. 해당 제품 포장케이스엔 ‘제조원 하이모’로 적혀있다.
그러나 하이모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미국 다우코닝의 지사 한국다우코닝으로부터 구입한 것이며, 용기만 다를 뿐 내용물은 100% 동일하다”고 인정했다.

하이몰(하이모의 온라인쇼핑몰)에서 이 제품의 상세정보란을 보면 ‘미국 FDA의 승인 받은 안전한 제품입니다’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조·판매원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하이모가 직접 제조해 FDA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착각할 만했다.

이 제품이 담긴 종이 케이스에는 버젓이 ‘제조원 하이모’라고 인쇄돼 있다. 반면 제품의 튜브용기에는 ‘판매원 하이모’라고 인쇄됐음을 확인했다.

하이모 관계자는 “판매원으로 적는 게 맞고, 케이스에 제조원이라고 표기된 건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로 보고 넘기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접착제의 경우 미국의 기술력이 우월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내 가발업체가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하이모가 제품 포장을 바꾸면서 제조원 표기까지 허위로 했다면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의심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서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제조원을 사실과 다르게 표기했거나 다른 회사의 제품이 받은 승인을 직접 취득한 것처럼 기재했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고의성이 있었는지,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위반인지 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된 제품 외 ‘The Magic 접착제(앞이마용)’, 접착테이프, 샴푸 등 하이모 브랜드의 관리용품 대다수도 직접 제조가 아닌 협력업체에서 납품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제품들은 제조원 표기가 협력업체 명으로 돼 있는 게 대부분이고, 일부 ‘제조원 하이모’로 표기된 제품은 하이모가 개발·제조에 관여해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는 게 하이모측 설명이다.

하이모 관계자는 “접착제 등 소모품에 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주력 상품인 가발만큼은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