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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진부하지만 필요한 이야기…실화의 힘 믿는다”

[인터뷰]‘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진부하지만 필요한 이야기…실화의 힘 믿는다”

기사승인 2015. 07. 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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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사건 다룬 '극비수사' 250만 관객 돌파, 사건 아닌 '소신 지킨 형사·도사' 인물 집중

곽경택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곽경택 감독의 '소신'이 통했다. 곽 감독이 자신뿐만 아니라 실존 인물이자 극의 주인공인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소신을 담은 작품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바로 지난달 18일 개봉해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극비수사'를 통해서다.  



'극비수사'는 1978년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김윤석)와 도사(유해진)의 33일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다른 경찰들이 범인을 쫓을 때 오직 아이의 생사를 우선시 한 인간적인 형사 공길용과 남다른 사주풀이로 공길용의 수사 합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도사 김중산이 아이를 찾기 위해 극비리에 수사를 진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곽 감독은 '친구2' 시나리오 집필 중 취재차 우연히 만나게 된 공길용 형사로부터 유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처음 접하게 됐다.


"공길용 형사와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1978년 부산에서 유괴당한 사건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도 당시 알고 있던 사건이었는데 도사가 아이를 구한 건 몰랐죠.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녹음을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는데 '내가 왜 몰랐지?'싶고, 억울하고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분의 반응이요? '곽 감독이 할 수 있으면 하소', '하지 말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잘 무사히 마치도록 기도하겠다'였어요."


곽 감독은 실화만이 지닐 수 있는 진정성이라는 힘과 매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시대에 신념을 지닌 어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실화의 장점은 구조가 단단하다는 거죠. 사람도 골격이 좋으면 미남미녀일 가능성이 크잖아요. 뼈대가 좋으면 어느 것을 해도 논리가 생겨요. 그런데 처음부터 상상에서만 출발한 작품은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혀요. 한계가 있죠. 이번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늘 비상식량을 갖고 있는 듯한 든든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그래서 실제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아요."


이야기 구조가 단단하다고 해서 시나리오 작업이 쉬웠던 건 아니었다. 곽 감독은 실화를 각색하는데 있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실존 인물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곽 감독과 '극비수사' 관계자는 개봉 전, 유괴 사건의 피해자보다 주인공인 형사와 도사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자꾸만 실제 이야기에 빠져서 각색하기가 어려웠어요. 처음에 받았던 정보를 뒤집기가 참 힘들었죠. 이야기를 그대로 살린 게 70%고 나머지는 몇 군데 손을 봤어요. 한 군데 이야기하자면, 김중산 도사가 형사에게 끌려가서 구타당한 적은 없어요. 단 의심을 받았대요. 유괴를 당한 주인공은 만나지 못하고 메일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형사와 도사에 대한 감사함이 있으니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부모님 같은 경우는 아직도 치가 떨린대요. 그래서 반대를 하셨는데 '사건이 메인이 아닌 사건을 해결하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곽 감독은 '친구' 장동건에서부터 전작 '친구2'의 김우빈까지 함께한 배우 복이 많은 감독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사 역할로 김윤석과 도사 역할로 유해진을 캐스팅했다. 곽 감독이 이번 '극비수사'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김윤석과 유해진의 아파트 대립신이다. 


"이때까지 두 배우가 알아서 하게 했는데 이번 장면만큼은 안 된다고 혼자 다짐했어요.(웃음) 김윤석은 아파트 밑에 가서 감정을 잡고 있고, 유해진도 대사를 외우면서 빙빙 돌고 있는데 격돌을 앞둔 선수들 같더라고요. 두 사람이 링 사이드에 각각 자리 잡고, 저는 중간에서 심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긴장이 많이 됐던 신이에요. 김윤석이 자동차에 매달려 가는 신 등은 샷만 찍어내면 어떻게든 해볼 구석이 있는데 이 장면은 연기자 두 사람의 힘을 믿고 가야했기 때문에 더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곽 감독은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소신을 진실 되게 그림으로써 관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그는 사실 이번 작품을 제작할 때 주위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곽 감독은 이번 실화와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만든 곽 감독의 소신 또한 통하게 된 셈이다.


"30년 전 이야기라 아날로그적이지만 결국은 제가 잘만 만들면 사람들이 동의해 줄 거라 믿었어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저는 아무래도 드라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스타감독에 대한 부담감이요? 그런 부담을 느끼면 영화 못 찍어요. 매번 성공을 위해 달리는 사람은 피곤해요. 좋은 감독은 실패했을 때 빨리 터는 감독인 것 같아요. 한 일본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제가 영화 '태풍'을 하고 힘들어할 때 '피카소 작품이 수천점이다. 그런데 마스터피스로 인정받는 건 200편 밖에 안 된다. 작가는 마스터피스를 위한 작품 활동을 하면 안 된다. 지속적인 창작활동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저에게는 좌표 같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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