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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 홈플러스 매각에 1조3000억원 현금배당 추진 논란

테스코, 홈플러스 매각에 1조3000억원 현금배당 추진 논란

기사승인 2015. 08. 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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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점사진
영국 유통그룹 테스코(Tesco)가 홈플러스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 정도를 현금 배당으로 받아갈 계획이 밝혀지며 ‘제2의 론스타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스타타워·외환은행·극동건설 등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되팔면서 5조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챙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처럼 ‘먹튀’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28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의 배당을 실행하는 방안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3000억원의 배당을 현금으로 챙기는 대신 그만큼 매각가격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7조원 안팎으로 알려진 홈플러스 입찰가를 감안하면 배당 후 입찰가는 6조원 이하로 내려간다.

인수·합병(M&A) 등에 경험이 많은 재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배당을 이익 환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은 일반적”이라면서 “테스코로서는 자신이 취할 이익 규모에는 변화가 없고, 인수자들로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덜어지는 셈이니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거래 형태”라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법률상 배당 조건도 갖췄다.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이익배당 한도는 순자산(자산-부채)에 자본액·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인데, 2014년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자본금을 초과한 순자산)이 1조568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1조3000억원대의 배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당장 현금으로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이익잉여금을 물류센터 건립·신규 점포 개장 등에 대부분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해 말 같은 시점에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따지면 264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하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테스코는 1990년대 말 삼성그룹과 합작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상표사용료와 배당금 2000억원, 회사채 이자 수익 9000억원 등 이미 1조1000억원을 홈플러스로부터 받아갔다.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받아 배당을 지급할 경우 홈플러스 부채 비율이 현재 130%에서 322%로 급격하게 급증, 재무구조 악화는 물론 기업의 장기 성장성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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