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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의 ‘부실한 논리’는 이것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의 ‘부실한 논리’는 이것

기사승인 2015. 10.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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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동선·거짓말 탐지기 반응·비밀의 폭로 등
패터슨입국1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더 존 패터슨이 검찰 관계자들에게 압송되고 있다./사진=최중현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6년 만에 법정에 선 아더 존 패터슨(36)은 지난 8일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에드워드 리(36)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검찰 측은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그 범행에 리가 가담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요지”라며 “범인이 제3자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패터슨의 동선 …세면대에 묻은 다량의 혈흔과 모순

그간 패터슨의 주장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우선 패터슨은 “리가 피해자를 찔렀고 나는 세면대와 소변기 사이 빈 공간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 있는 방향으로 피해자가 쓰러졌기 때문에 온 몸에 피가 묻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혈흔 형태를 분석하면 세면기에 다량의 피가 묻었고 벽면에 피가 쓸린 형태가 남았다. 혈흔 전문가에 따르면 피해자는 쓰러지면서 세면대를 짚은 것으로 추정된다. 패터슨의 진술대로 칼에 찔린 피해자가 패터슨 앞으로 쓰러진 것이라면 세면대에 다량의 혈흔이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패터슨이 세면대를 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오늘 첫 재판 참석하는 에드워드리 아버지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인 8일 오전 처음 범인으로 지목됐던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수십 년 전 거짓말 탐지기 신뢰성 의문

패터슨 측 변호인은 1심 당시 주요 증거로 제출됐던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혐의를 주장했다. 패터슨이 스스로 요청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패터슨의 진술은 ‘진실’ 반응이 나온 반면, 리는 맥박과 혈압이 불안정한 ‘거짓’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범죄 심리학자들은 당시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계의 측정값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과거 거짓말 탐지기보다 최근의 기계가 옵션 기능 등을 넣어 발전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11일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IFSL) 최효택 검사관은 “거짓말 탐지기는 검사관의 숙련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계의 정확도는 98%에 달하지만 똑같은 사건에 대해 검사관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반응 패턴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패터슨 ‘비밀의 폭로’…무의식 중에 범인만 아는 내용 진술

패터슨이 진술과정에서 ‘비밀의 폭로’를 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는 범인이 무의식 중에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목격담처럼 진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터슨이 재판 과정에서 진짜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패터슨은 리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공격 부위와 횟수, 흉기를 손에 쥔 방식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목격자임에도 비교적 정확한 묘사를 한 것은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도 “예상 밖의 범행을 갑자기 목격하게 된 자로서는 다소 이례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패터슨은 “리가 화장실 대변기 칸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갑자기 찔렀다”고 진술했다. 반면 리는 “패터슨이 대변기 칸 문을 열어본 뒤 갑자기 찔렀다”고 말했다. 패터슨의 경우 대변기 칸 문을 연 목적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은연 중에 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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