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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들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재계 3세들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기사승인 2015.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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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19일_삼대세습_8면
경영 전면에 나선 재계 3세들이 위기를 맞았다. 1세대가 일군 제조업을 근간으로 성장해오던 기업이 내·외부 악재에 주춤하고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와 노동 시장 왜곡 등 내부 요인에 중국 기업과 기술 격차 감소, 엔저 지속 및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 등 외부 요인까지 겹쳤다.

계속된 성장 정체로 대규모 구조 조정과 감원에 들어가면서 임직원들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벌 편법 승계와 각종 갑질 논란으로 대외 이미지마저 좋지 않다. 경영 능력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3세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1세들이 고통과 눈물로 자수성가한 모습을 지켜본 2세와 달리 3세는 어릴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체계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았음에도 그들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이유다. 외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친 뒤 안정된 경영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리더라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3세들의 불확실한 리더십으로 자칫 조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3세들이 맨몸으로 거대 기업을 일군 1세들의 도전 정신과 검박한 성품을 본받아 경영 능력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한 재계 3세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재편과 글로벌 인맥 구축, 신성장동력 추진 등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 후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경영 보폭을 넓히는 과정을 보면 카리스마가 부족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며 “이 회장과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을 갖춘 동시에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현안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 작업이다. 올해 화학 사업을 다른 기업에 모조리 매각·정리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해외 스타트업·중소기업 인수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희망퇴직과 재배치 작업을 통한 인력 구조 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선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은 주력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미국식 경영’을 지향한다는 분석이다. 그전까지 삼성은 계열사를 늘려 사업 영역을 넓히는 ‘일본 재계식 경영’을 추구했다.

이 선대 회장은 상사업에서 시작해 중공업과 제조업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 글로벌 삼성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을 설득해 반도체 사업 육성에 나섰고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어 ‘갤럭시 신화’를 창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글로벌 삼성으로의 성장 과정에서 비대해진 조직을 축소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부친은 물론 선대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차별점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현 삼성에 걸맞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선호하는 M&A는 글로벌 기업이 외형 확장을 위해 선택하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깐깐한 성격의 부친이나 선대회장에 비해 유연하고 온화한 성격이어서 대외 활동에도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인사들과 친교를 맺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부친의 성과에 견줄 만한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은 이 회장의 성과인 데다 경영권 승계의 당위성을 위해서라도 신사업을 성공시키는 능력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물인터넷(IoT) 등이 삼성의 신사업으로 주목받지만, 계열사 내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무리수로 판단될 만큼 신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한 재계 1세의 리더십을 이 부회장에게 기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겸손의 리더십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많이 닮았다. 삼성의 조직문화와 잘 융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이제는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공격적인 결단력과 추진력을 좀 더 배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도 “이재용 부회장도 이병철 선대회장이 보여줬던 도전정신, 사업보국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며 “선대 회장이 그랬듯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인내력을 키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철 회장처럼 좀 더 대중 앞에 나서서 자신이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졌는지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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