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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잡을 김영란법

[칼럼]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잡을 김영란법

기사승인 2016. 05. 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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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원회가 24일 주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병 김영란법)'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 일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선물시장 위축으로 농축수산업이 오히려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충돌한 것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범위에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강연료는 1시간에 장관이 50만원, 공직기관 단체장이 40만원, 언론인은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식사비 3만원과 선물 5만원이 쟁점이다.

 
 이 법은 적용 대상도 무척 넓은 게 특징이다. 공무원, 공공기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과 그 배우자 등 법 적용대상만 무려 240여만 명이나 된다. 원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들이 포함됐다.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없다.


 김영란법에서 찬반 논란이 되는 것은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다. 국민권익위나 시민사회단체 등은 시행령대로 9월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가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작은 선물이 늘어나 오히려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농민, 어민, 축산인, 고급식당 등은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고급 식당들은 한 끼에 3만원으로 대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한우고기 과일 인삼 조기 등 인기 있는 선물용품의 가격이 대부분 10만원이 넘고 수십만원 하는 경우도 허다한 데 5만원으로는 맞출 수가 없다는 논리다. 경조사용 화환도 5만원으로는 어렵다고 불만이 크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다 보니 정치권도 생각이 제각각이다. 새누리당은 농어민과 축산인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행령을 고치는 게 좋다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은 부정부패도 없애야 하고 농축산인들의 수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힘든 입장이다.


 김영란법은 언뜻 보면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영란법이야 말로 보기 드문 상생의 법, 서로 윈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잉입법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사회를 깨끗하게 하는 사회정화법으로 봐야 한다.


 김영란법 이전의 안목으로 보면 농축수산인들의 걱정은 이해할만하다. 명절이나 추석과 경조사가 있을 때 제법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라면 관례였다. 괜찮은 선물이라면 최소한 10만원은 넘고 20만원, 30만원 짜리도 많다. 그런데 이를 5만원으로 제한했으니 선물 판매 수입이 반 토막 날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더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괜찮은 선물을 하려면 10만원, 20만원이 들었으나 이제는 5만원이면 된다. 20만원 짜리 한우세트 하나를 한 사람에게 보냈지만 앞으로는 5만원짜리로 하면 여러 명에게 선물을 나눌 수 있다. 선물의 단가가 내려가는 대신 수량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농축수산인들은 선물 상한선 5만원을 걱정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선물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선물을 기존의 비싼 제품은 제품대로 만들고, 5만원 정도의 상품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푸념이나 반발보다 가격에 맞는 선물로 더 많은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


 이 법은 선물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5만원으로 만족해야 한다. 예전처럼 30만원 짜리 굴비를 받으려 하거나 줄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대신 5만원 짜리를 받아도 고맙게 여겨야 한다. 이런 풍토가 정착되면 오히려 선물을 주기도 쉽고, 받아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은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식사비, 선물비, 경조비를 제한해서라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런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농축수산인들도 비싼 선물을 생각하지 말고 작은 선물을 많이 판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김영란법은 상생의 법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 심지어 언론까지 나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농축수산인들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백화점의 선물코너가 얼어붙는다고 하는데 이는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만 보고 헤매는 것과 같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도 줄이면서 선물시장의 파이도 키운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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