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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기사승인 2016. 06.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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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밀은 없다' 리뷰
[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영화 '비밀은 없다'를 본 뒤 가장 먼저 이 말이 떠올랐다. 누가 연출했는지 흐릿한 기획성 한국 영화들이 수둑룩한 현실 속에서 이경미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칠했다. 인기 장르에 재미가 검증된 플롯, 스타 배우를 진열해 만든 공산품 같은 영화들 사이에서 이 영화는 '수공예'처럼 감독의 '손맛'이 느껴져 좋다. '비밀은 없다'는 이경미 감독의 '예술'이다.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이 선거를 보름 앞두고 딸 민진(신지훈)의 실종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2008년 데뷔작 '미쓰 홍당무'에서 독특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언론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장기를 다시 한 번 선보이며 자신의 인장을 제대로 찍었다.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제목,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부부 그리고 이들 앞에 벌어진 딸의 실종 사건이란 통속적인 소재는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이 감독의 '위장술'이다. 

빤한 스릴러물의 외피를 두른 영화는 관객들의 예상을 번번이 깨고, 인물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텐션을 서서히 높인다. 한국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이경미 감독만의 독특한 화법은 관객들 취향에 따라 '참신하다'는 호평과 '불편하다'는 악평으로 갈릴 만하다. 하지만 그 '고집'이 없었다면 이 영화 역시 빤한 실종 스릴러 혹은 정치 스릴러 정도로 평가되며 쉬이 잊혔을 것이다.

[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영화는 손예진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그 배경에는 누군가가 부르는 서글픈 허밍이 깔린다. 손예진이 분한 연홍의 첫 얼굴은 스산하고 쓸쓸한 영화 전반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경미 감독은 딸을 잃은 엄마의 표정을 가장 먼저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주문한다. 그리고 어떤 일들이 엄마의 몰골을 저렇게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프닝 장면이 끝나는 대로 카메라는 선거 운동 준비에 바쁜 종찬과 연홍의 모습을 비춘다. 정치인들 사이에 비릿한 농담이 오가고, 딸 민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연홍은 김밥 하나를 민진의 입에 넣어주는 것으로 딸과 교감하지만, 신경은 온통 선거에 쏠려 있는 듯 보인다. 미술 숙제 때문에 '자혜'란 친구 집에서 자야 한다는 민진에게 연홍은 자혜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으라고 한다. 그렇게 별 의심 없이 딸의 외박을 허락한다. 그리고 남편 종찬과 입을 맞추는 연홍. 이때까지 연홍은 민진의 '엄마'가 아닌 종찬의 '아내'다. 어린 시절 영부인을 꿈꿨다는 연홍의 야망이 확 스치는 순간이다. 

[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선거 유세 첫째 날 딸이 사라지면서 연홍의 모성이 각성된다. 연홍은 남편 종찬과 선거 캠프 사람들에게 민진의 실종을 알리지만, 이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시큰둥하다. 되레 딸의 실종이 선거에 방해될까 걱정을 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이들은 연홍의 출신지를 반복적으로 캐묻는다. 또 민진이 과거에 저지른 비행까지 들춘다. 

선거 그리고 다수결의 원칙. 이를 추구하는 종찬과 캠프 사람들은 그 '쪽수'를 이용해 딸을 찾겠다는 엄마 연홍을 몰아세우고 별난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연홍의 변화를 쫓는다. 연홍은 실종 당일 민진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딸의 모습과 마주한다. 

수사물로 장르 변주를 시도하는 영화는 그 사이 독특한 유머들을 배치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때부터 이경미 감독은 갖가지 복선과 멕거핀(이야기의 흐름에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등장해 관객에게 혼란을 주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속임수)으로 수사물에 미스터리를 입힌다. 

[영화뭐볼까] '비밀은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경미 감독의 '손맛'이 좋다!

이 영화의 장점은 미장센과 사운드다. 초반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집은 어느새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차갑게 변한다. 민진의 비밀 공간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운드 구성도 인상적이다. 이경미 감독은 영상과 다른 사운드를 배치하고, 사운드의 강약을 조절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극의 집중도를 높였다. 

복잡다단한 이야기에 비해 연홍의 추리가 평이하게 그려지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지나치게 많은 멕거핀은 몰입을 흐트리며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연홍의 감정이 서서히 끓어오르지 않고 툭툭 폭발하는 것 역시 아쉽다. 

손예진의 연기는 이색적이며 훌륭하다. 그는 전작들에서 볼 수 없는 표정으로 광기로 치닫는 모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일부러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화법을 구사해 보통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다른 '연홍'을 만들어냈다. 

손예진·김주혁 주연의 영화 '비밀은 없다'는 '미쓰 홍당무'로 데뷔한 이경미 감독의 신작으로 23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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