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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녀 둘 없으면 꿈도 꾸지마?

[취재뒷담화]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녀 둘 없으면 꿈도 꾸지마?

기사승인 2016. 10.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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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아크로 리버뷰' 견본주택
지난달 말 분양한 대림산업 ‘아크로 리버뷰’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제공=대림산업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결혼한 지 5년 이내 무주택, 일정 금액 이하 소득, 자녀 등의 조건을 갖추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방법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합니다.

며칠 전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의 첫마디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 되는 거냐”는 푸념이었습니다.

최근 출산한 이 친구는 아이가 있으니 내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문을 수차례 두드렸습니다. 결혼한 지 5년이 안됐고 자녀도 1명 있으니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으로 청약했지만 매번 돌아오는 소식은 ‘낙첨’이었습니다.

그날 역시 특별공급에 신청하기 위해 견본주택을 찾은 친구는 자신이 지금까지 떨어진 이유를 현장에서 알게 됐다고 합니다. 현장 직원으로부터 ‘서울은 최소한 자녀가 2명은 돼야 특공 당첨 확률이 높으니, 자녀가 한명이면 그냥 돌아가는 게 나을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들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분양 시장에 불던 ‘훈풍’이 이제 정말 ‘광풍’이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약·대출 등 온갖 규제를 풀어 ‘빚 내서 집사라’고 등 떠민 정부 덕에 한때 청약시장에는 훈풍이 불었지만, 훈풍이 너무 지나쳤던 탓에 국민 상당수는 분양권 웃돈만 먹고 튀는 투기꾼이 됐습니다. 이제는 이런 투기가 약자들을 배려하는 특별공급에까지 뻗쳐 정작 집이 꼭 필요한 서민들만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비싼 양육비가 부담스러워 자녀 한명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때문에 내 집 마련까지 막히는 상황은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할지… 차라리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부가 조만간 강남 재건축 과열 등을 잡기 위한 ‘핀셋 규제’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한 평에 4000만원이 넘는다는 강남 아파트도 문제지만, 강남이 아닌 곳에서도 내 집 한 채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핀셋 정책’도 지금 꼭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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