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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생체인식기술, 새로운 ‘자유’인가 ‘감옥’인가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생체인식기술, 새로운 ‘자유’인가 ‘감옥’인가

기사승인 2016. 11. 1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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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체인식기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경제·정치·의료·안보 등 생활 전반에 도입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생체인식기술의 주 사용자층으로 떠오른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들의 변화될 생활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 부문에서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가 생체인식기술 영역으로도 확장되면서 밀레니얼들의 손이 더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1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알리바바가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한 뒤 가상현실 공간의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허공 터치·시선 응시·고갯짓만으로 손쉽게 결제가 가능한 ‘VR 페이’를 선보였다며 올해 말 출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해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에도 셀프 카메라로 본인인증 절차를 밟는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일본 오가키쿄리츠 은행은 내년 봄부터 도쿄·오사카 등을 비롯한 160여 전 지점에 손바닥 정맥 인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손바닥의 정맥을 적외선 스캐너 위에 올리면 단 몇 초만에 본인 인증 절차가 완료된다. 이를 통해 신분증·은행카드·통장·도장 등을 소지하지 않고도 통장 개설과 예금 인출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가키쿄리츠 은행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신분증명서를 분실한 사람들을 위해 이듬해 이같은 서비스를 일부 지점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생체인식기술로 밀레니얼들의 건강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에서 생체인식기술은 부족한 의료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전문매체 마더보드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한 연구팀은 생체 센서와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환자와 의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IoT 바이디야’(Vaidya·산스크리트 어로 의사)를 개발했다. 환자의 혈압·체온·심전도 등의 정보를 생체인식 센서로 수집한 뒤 클라우드로 전송하면 의사가 전세계 어디서라도 이를 확인한 뒤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마하비르 드위베디 IoT 바이디야 공동창업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여전히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 특히 농촌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며 “인도 전체 인구의 70%는 의료 인력의 20%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 및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굿패런츠는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해 4 ~ 10세 자녀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인 ‘키도’(Kiddo)를 개발했다. 키도는 자녀의 웰빙·스트레스·발달사항 등 주요 건강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부모에게 실시간 제공한다. 자가나트 스와미 굿패런츠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아동의 건강을 쉽게 이해하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해줄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비즈니스 전문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에 따르면, 굿패런츠는 최근 아시아·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약 200만 달러(약 2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기기 성능 향상을 위해 캘리포니아대학교 식품건강연구소 및 삼성과도 제휴했다. 굿패런츠는 내년 1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키도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생체인식기술은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마닐라타임스는 필리핀 이민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NAIA)의 출입국 심사대에 생체인식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과 데이터를 연동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24일 전했다. 모든 출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인터폴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전세계 수백만 명의 탈주범·테러범·성범죄자·도난여권소지자 등의 사진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제이미 모렌테 필리핀 이민국 국장은 “이민국과 인터폴의 상호 데이터 연동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프로그래머들이 기술시험 및 예행연습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체인식기술은 투명한 선거에도 기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매체 아세안투데이는 지난 9월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NEC)가 총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달 29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유권자 등록 절차에 생체인식기술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에서는 2013년 총선 당시 유권자 명단 누락 및 중복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집권 여당의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토브 레시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관리부 부장은 “새로 도입된 유권자 등록 시스템은 이름과 지문을 대조하는 방식을 이용해 같은 이름으로 중복해서 투표하거나 타인의 이름으로 투표하는 것을 차단한다”며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투표를 하는 이른바 ‘유령 투표자’ 문제도 해결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생체인식기술이 밀레니얼들에게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생체정보 유출의 위험이 존재하는 한 생체인식기술은 밀레니얼들의 일상 곳곳을 침투하는 새로운 감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은 현재 음지에서 불법 지문 정보 복제기 판매업자들이 최소 12명, 손바닥 정맥과 홍채 정보를 불법으로 빼돌리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최소 3명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가 코체토바 카스퍼스키랩 보안전문가는 “비밀번호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지만 지문이나 홍채 정보는 유출되더라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생체정보는) 한번 노출되면 해커들에게 지속적으로 악용될 수 있고 동일한 인증 방식을 두 번 다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사이버보안협의회(NCSA)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 ~ 34세의 밀레니얼이 사이버범죄 피해자의 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은 단 17%에 그쳤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술에 친숙한 만큼 의존도도 높아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CNBC방송은 지난달 미국의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를 인용해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사용 인구가 무려 10억 명에 달하지만 사이버 보안 의식이 미국·유럽보다 낮아 해커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생체인식기술이 밀레니얼들에게 앞으로 새로운 ‘자유’가 될지 ‘감옥’이 될지는 보안 기술의 발달뿐만 아니라 보안 의식의 성숙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는 지난해 2분기 발표한 ‘2015년 ~ 2024년 생체인식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세계 생체인식기술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에서 2024년 149억 달러(약 17조 1000억 원)로 7배 이상 확대되고, 특히 아태지역 시장이 많은 인구와 급성장하는 국가들을 기반으로 2024년까지 매년 유럽·북미·중남미·중동·아프리카지역 시장보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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