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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밀레니얼의 시대, 아시아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밀레니얼의 시대, 아시아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사승인 2016. 11. 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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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시아도 밀레니얼의 시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시아 지역 인구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전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약 60%가 아시아 출신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는 아시아 지역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력이 이전의 그 어떤 세대보다도 강력하다며, 2020년에는 이들의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6조 달러(약 68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태지역 전자상거래 매출은 2020년까지 300% 증가해 2조 6000억 달러(약 29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밀레니얼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글로벌 투자기업 골드먼삭스가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세대’(the single-most important demographic in the world today)로 칭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에서 실제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 4억 3400만 명 중 약 80%가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로 나타났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아시아 지역의 소비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시아 기업들에게는 밀레니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다. 컨설팅 에이전시 ‘왜 밀레니얼이 중요한가’(Why Millennials Matter)의 창설자인 조안 쿨은 미국의 기내 서비스 협의체 APEX(Airline Passenger Experience Association)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기존 기업들에게 절대적이고 긴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APEX는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잘 교육받았으며,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데 능숙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약간은 제멋대로다.”

우선 아시아 밀레니얼들은 대체적으로 WWW(월드 와이드 웹·세계적인 인터넷망)가 확산된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들이다. 미국의 밀레니얼 연구자인 제이슨 도시는 “(아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의 밀레니얼들은 이 정도로 신기술에 능숙하거나(tech-savvy) 기술의존적(tech dependent)이지 않다”며 “아시아 밀레니얼들은 (서구 사회의 밀레니얼에 비해) 디지털 세계와 완전히 결합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디지털 세계는 실제 세계만큼이나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시아의 밀레니얼들은 서양의 밀레니얼에 비해 온라인 상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낼 뿐만 아니라,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영리단체 WYSE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57%는 하루에 4~5회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39%는 5분 이상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27시간 이상을 온라인 상에서 보내며 이 시간의 약 69%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며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아시아 밀레니얼들은 이른바 ‘집돌이’ ‘집순이’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전혀 지루해 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디지털 세계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온라인으로 쇼핑 정보를 찾거나 상품을 구매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등 온라인 상에 할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기업들이 소비자와 직접적 접촉을 갖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업들은 기존의 방법으로 밀레니얼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온라인, 특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남방항공은 중국 모바일메신저인 위챗에 계정을 오픈하고 20가지가 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항공편을 예약하거나 C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에어차이나(중국)·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중화항공(대만)·KLM(네덜란드)·에어프랑스(프랑스)·브리티시에어라인(영국) 등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케팅 컨설팅 기업인 Warc에 따르면 중국 초상은행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들은 특히 사용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의 ID와 핸드폰 번호를 활용해 계좌 개설을 온라인 상으로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한 번 가입하고 나면 정보 연동을 통해 다른 은행에도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싱가포르에서 홈데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셰릴 저우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한 판매자들에게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쇼핑몰 웹사이트 외에도 캐러셀(싱가포르의 중고매매 사이트)과 페이스북에도 상품을 게시해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들은 정보의 판별에 능숙하며 기업의 홍보에 쉽게 ‘낚이지’ 않는 측면도 보여준다. 밀레니얼들은 자신만의 소비 기준이 확고해 전통적인 광고나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광고에도 쉽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마스터카드가 아태지역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고급식당)을 즐겨 이용하지만 막상 돈을 쓸 때는 더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지역 밀레니얼의 68%는 식당을 고르기 전 인터넷 상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딜’(deal)이 있는지 검색해본 뒤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테오 코레이아 액센추어 소비재·서비스 담당 전무이사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밀레니얼 20/20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이 소비자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와 인사이트 등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며 업계 문화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관련해 도전적이며 적극적인 경향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해외 판매자에게서 ‘직구’를 하는데도 거침이 없다.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아시아 시장 밀레니얼 세대의 65%는 외화로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으며 33%는 자국어가 제공되지 않는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국경을 넘어선 온라인 쇼핑을 가장 즐기는 것은 싱가포르 젊은이들이었다. 18~34세 응답자의 80%가 지난 12개월간 한차례 이상 온라인 쇼핑을 했다고 밝혔다. 69%는 해외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한국·인도·중국·싱가포르·일본·호주 등 조사 대상 국가 6개국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는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탓에 자신만의 개성을 발전시키고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독립과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독자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더 낼 준비가 돼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계적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호텔 인디고’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인디고는 기존의 호텔 부지 선정 기준과는 달리 현지인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호텔을 세우고 내부를 주변 환경을 반영한 트렌디하고 활기찬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장식한다. IHG의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담당 마케팅 부장인 브루스 라이드는 “밀레니얼들은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하고 개인적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며 “현재 호텔 인디고는 62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지점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주변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고객들이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고 유니크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인 ‘나이스’(Naiise)는 로컬 문화를 반영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창립자 데니스 테이는 “나이스의 제품은 로컬 문화, 로컬 헤리티지, 로컬 디자이너들을 대표한다. 우리는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전세계에 로컬 문화의 한 조각을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레이아 이사는 “밀레니얼들은 그들의 흥미와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쉽고 즐거운 경험을 기대한다”며 “브랜드들이 그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서는 심플하면서도 개인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측 분석을 활용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기업들은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국적 가정용품 생산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마게스바란 스란잔 아태 지부 대표는 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감각을 표현해주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들은 또한 다른 세대그룹보다 소비 경험이 ‘얼마나 즐거운가’를 중시하고 ‘작은 사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제이슨 도시는 밀레니얼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작은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들은 조그마한 사치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어메니티, 고급 쿠키 제공 같은 것이다. 이렇게 약간의 럭셔리한 터치를 더해주는 것만으로 그 경험은 그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것이 된다”며 기업들이 이를 염두에 둔다면 밀레니얼 고객의 충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안 쿨은 “밀레니얼들에게 어필하려면 섬세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너무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면 밀레니얼들은 전원 스위치를 꺼버린다. 그들의 욕망과 행동 경향을 이해하는 것은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너무 지나친 접근은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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