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탄핵 vs. 反 탄핵’ 당 재편…친박 “탄핵 추진파와 같이 못가”

비주류, 이정현 지도부 '사망선고' 판단에 탄핵 집중
탄핵 의결 시점 기준으로 탈당파-잔류파 나뉠 듯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두고 대치해온 새누리당의 전선(戰線)이 ‘탄핵 대 반(反) 탄핵’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이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해온 비주류계는 이미 이 대표와 최고위원회가 지도부로서의 권위와 리더십을 잃은 만큼 자연스레 탄핵 과정을 통해 당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선 친박계도 24일 “탄핵 추진파와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며 탄핵안 처리를 분당(分黨)의 기점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에서 ‘탄핵 연판장’을 돌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신들이 그런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러한 시도가 같은 당내에서 바람직한지, 진짜 당이 변하고 달라지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를 잘 생각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새누리당의 구성원”이라며 “영광과 영예는 누리고 책임은 빠져나간다는 생각을 가지면 오래 정치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이제는 분당 순서로 갈 수밖에 없다”며 “탈당하고 분당하겠다는데, 그렇게 하면 더는 싸울 일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로만 이뤄진 최고위는 이미 탄핵에 필요한 의결정족수(200명)가 확보된 것으로 파악하고 처리 시점을 늦추는 정도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여전히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계의 탈당 카드가 살아 있는 만큼 탄핵안 처리 이후 탈당파와 잔류파가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한 비주류계 중진의원은 “이미 이정현 지도부는 사망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그의 거취는 더이상 변수가 안 된다”며 “지금부터는 탄핵이다. 탄핵을 기점으로 당에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 나가야 할 사람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비주류계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대구시당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당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완장차고 호가호위하면서 홍위병, 내시 노릇 한 사람들을 몰아내고 인적 청산을 해야 당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 청산을 꼭 해야 하고 청산 대상인 사람들과 손을 잡거나 뒷거래, 야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일부 친박계의 ‘유승민 비대위원장 추대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