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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온 런치박스]여행객 대상 마약 판매 기승

[인도에서 온 런치박스]여행객 대상 마약 판매 기승

기사승인 2016. 12. 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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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파하르간지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파하르간지에서 외국인 대상 마약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25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중부 파하르간지(Paharganj)

인도를 찾는 여행자라면 한 번은 방문하는 곳으로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파하르간지는 크리스마스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트리와 장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과 오토릭샤(Auto-Rickshaw·力車의 일본식 발음)가 뒤엉켜있는 메인로드로 향했다.

메인로드를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헤이 친구”라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인사를 받아주면 바로 “마리화나?” 또는 “방?(인도 마약의 일종)“을 권하며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또 다른 사람은 능숙한 한국말로 ”마약 해볼래? 여기 좋은 것 있어“라며 여행객들을 당황시킨다.

이들은 외국인 여행객을 표적으로 하는 마약 판매상들이다. 이들은 “인도에서 마약은 합법”이라며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파하르간지 마약 판매상
거적대기를 쓰고 있는 마약 판매상의 모습이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마리화나?”라며 말을 걸어온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파하르간지 어디서든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메인로드를 걷고 있으면 먼저 이야기를 걸어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거리를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첫 마약 판매상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모퉁이에서 모퉁이에 거적대기를 쓰고 있던 거지가 “마리화나?”를 권했다.

마약 판매상은 주머니에서 말린 마리화나를 보여주면서 바로 흥정을 시작했다. 그는 “500루피(8800원)에서 2000루피(3만 5400원)까지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며 “마리화나가 싫다면 하시시(hashish), 헤로인(heroin) 등 더 많은 것들을 구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면 내일 다른 물건으로 바꿔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내 물건을 찾는다. 단골도 꽤 있다”며 자랑했다.

거적대기 거지를 뒤로하고 다시 10분 여 가량을 걷자 이번에는 사이클릭샤(Cycle Ricksaw·자전거를 개량해 만든 마차 형태)가 말을 걸었다.
파하르간지 마약판매상
마약 판매상은 전문 판매상을 비롯해 사이클 릭샤, 호텔 매니져등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이 판매를 하고 있다. 사진 속 릭샤왈라는 길을 가던 한국인 관광객에게 마약을 팔려고 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그 역시 마리화나를 권유하며 마약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나는 마날리(Manali)산 마리화나만 취급한다”고 밝혔다. 마날리는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주에 위치한 도시로 마리화나와 하시시가 많이 재배된다. 그는 “한국인·중국인·일본인이 주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마약 판매상들을 확인한 후 파하르간지 입구에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인도는 마약이 합법이냐?”는 질문에 “마약은 엄연한 불법이고 마약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된다”고 말했다. 또 “마약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마약상인들이 워낙 다양한 형태로 있기 때문에 퇴치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 지나가는 모든 행인들의 짐 검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마약 판매상
파하르간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물담배’가게다. 특정가게에서는 마약도 같이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속 가게는 기사와 무관/=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외국인 여행객들 또한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직·간접적 피해를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온 크리스티앙(christian·27)은 며칠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는 “며칠 전에 마날리에서 내려왔다. 거기서 마약 판매상과 엮이는 바람에 경찰서를 갈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마약 판매상인줄 몰랐다”며 “그와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경찰이 검문을 했고 그에게서 하시시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았다. 결국 5000루피(8만 8600원)을 경찰에게 주고서야 풀러났다”며 “경찰이 마약 판매상과 결탁해 함정수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하르간지 마약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파하르간지에서 외국인 대상 마약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또 다른 여행객은 “델리와 마날리 뿐 아니라 바라나시(Varanasi)와 자이살메르(Jaisalmer) 등 외국인들이 몰리는 곳 어디서든 마약 판매상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도인들은 여행객들이 모두 마약을 하는 줄 안다“며 ”잘못된 몇 명 때문에 여행객들의 이미지가 나빠져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인도에서 마약거래와 투약 등으로 검거된 외국인은 모두 200여 명으로 나타났다. 현지 경찰은 합법적인 환각제로 속여 판매하는 수법도 등장했다며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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