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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관치 ‘적폐’의 상징 전락한 한국거래소

[취재뒷담화]관치 ‘적폐’의 상징 전락한 한국거래소

기사승인 2017. 0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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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와 재계는 물론 학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중추 기관들 중 인사 문제로 몸살을 앓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개인의 비위를 떠나 국가 시스템의 전반적인 붕괴를 목도하는 일은 쓴약을 삼키듯 고역스럽니다. 더욱이 투명함이 담보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마는 자본시장마저 이른바 ‘게이트’의 한복판에 서서 휘둘리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민낯입니다.

문제의 시작은 역시나 인사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은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낙하산’ 논란을 낳은 인물입니다. 노동조합의 극렬한 반대는 차치하고라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그것도 이번 정권 들어 승승장구했던 인물의 거래소행은 관피아 논란을 피해가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능력과 실력을 갖추었다면 관피아 출신이라고 운신에 제한을 가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거래소를 둘러싸고 터져버린 고름은 부당한 인사가 결국 어떤 폐해를 낳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올 초만 해도 상무급 임원 6명의 옷을 벗기는 대대적인 임원 인사에 나섰습니다. 이어 거래소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160여명의 팀장·팀원 인사를 단행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래소 관련 행사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 사이 정 이사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에 수차례 불려나가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물론 참고인 신분입니다. 하지만 소환 횟수가 늘어날수록 참고인이 피의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다반사입니다. 특검은 정 이사장이 과거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이모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수사중입니다. 이 본부장이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있으면서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을 해줬고, 그 대한 대가로 승진하는 과정에 정 이사장과 지주 수뇌부가 개입했다는 겁니다.

정 이사장의 특검 소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입니다. 지난해 거래소는 ‘적자 기업 상장 불가’ 규정을 바꿔가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공을 들였습니다. 나스닥의 테슬라 예까지 들어가며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상장을 적극 돕겠다는 취지임을 밝히기도 했죠. 그런데 지난해 거래소가 개정한 특례 규정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합니다.

정 위원장은 KEB하나은행 특혜 대출과 관련자 승진, 삼성 계열사 상장 특혜 등이 이뤄진 기간 동안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거래소가 국정농단 게이트의 주인공으로 전락할 지도 모르겠다는 업계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유독 실감나는 계절입니다. 세상 모든 일을 사람이 주관하지 않는 경우가 없고,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가 세상사의 이치니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말해 무엇 할까 싶습니다. “능력 있는 인재 선발보다 훨씬 중요한 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던 어느 인사관리 전문가의 조언이 귓전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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