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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백신 접종했는데도 구제역 발생하는 이유는

[톡톡! 시사상식] 백신 접종했는데도 구제역 발생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7. 02. 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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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에 구제역 예방접종
지난 1월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도내리 한우농장에서 한 수의사가 한우에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축산농민은 물론,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5일 충북 보은서 첫 구제역 의심축이 신고된 이후 17일까지 살처분된 소 마릿수만해도 21개 농장 1425마리나 됩니다.

여기에는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외에 인근 지역으로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예비적으로 살처분된 712마리도 포함돼 있습니다. 구제역이 공기를 통해서도 쉽사리 주변 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는 만큼 아주 낮은 확률이라도 그 가능성을 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염소, 양,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거품섞인 침흘림, 입, 혀, 발굽 또는 젖꼭지 등에 물집, 가피, 궤양 등의 증상으로 심하게 앓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의 전파는 바이러스가 실린 공기의 이동(바람) 외에 △감염 동물의 침이나 유즙 등에 의한 직접 접촉 △감염지역 내 사람·차량 이동에 의한 간접 접촉 △쥐·개·고양이 등 매개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구제역 방역 대책은 2010년까지 살처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전파경로가 다양해 주변 농장과 인근 시도로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에 어느 특정 지역 소·돼지 사육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바로 파묻어 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살처분 방식은 침출수 및 토지오염 등 환경문제 유발, 매몰 비용 및 보상금 문제 확대, 인력 부족에 따른 작업효율 감소 등 적지 않은 부작용 때문에 오래 전부터 개선을 요구하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백신 접종입니다.

정읍현장방문사진1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 왼쪽 첫 번째)이 12일 전북 정읍 순정축협의 구제역 방역현장을 방문해 차량소독을 하고 있다. /제공=농협중앙회
2010년 11월 28일부터 2011년 4월 21일까지 145일간 전국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무려 348만마리가 매몰된 최악의 사태를 겪고 난 후 농식품부는 살처분에서 백신접종 의무화로 방역정책 방향을 바꿨습니다.

구제역 백신 구입을 위한 예산만 해도 1천억원 가까이 됩니다. 지난해 구제역 백신 예산은 917억원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접종관리도 엄격합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거나 항체형성률이 일정 기준 이하로 나타날 정도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농장에 대해서는 최대 1000만원(3회 위반시)까지 과태료도 부과합니다.

이처럼 엄격한 관리를 통해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접종이 이뤄진 경우 △접종 후라도 면역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온 경우 △농장이 다량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경우에 면역형성이 불완전한 개체가 감염되기 때문입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항체형성률이 100%이거나 그에 준하는 높은 수준인 경우에도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항체형성율 조사가 표본추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본에서 누락된 개체 또는 항체형성률이 저조한 개체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9일 경기 연천에서 발견된 A형 바이러스와 같이 지금까지 주로 발생했던 것(O형)과는 다른 변형 바이러스가 출몰하는 것도 변수입니다. 물론 방역당국은 현재 보유 중인 O형 및 O+A형 백신으로도 소 및 돼지 전체 농장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하고 O형 및 A형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항체형성)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장담대로 백신은 가축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맹신은 금물인 듯합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일반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차단방역, 사육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지면 발생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백신만 접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세척·소독, 차량과 차량 출입통제 등 차단방역을 통해 농장 내 바이러스 오염을 방지하는 한편 가축사육 환경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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