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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은행권의 금융투자업 진출, ‘안전판’ 확보가 먼저

[취재뒷담화]은행권의 금융투자업 진출, ‘안전판’ 확보가 먼저

기사승인 2017. 0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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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이 금융 겸업주의를 내세우며 금융투자업계 영역 진출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은 지난해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금융투자사업의 일부인 ‘투자일임’을 제한적으로나마 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신탁업 등 금투업의 다른 부문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권과 금투업권을 대표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이에 상대 업권을 겨냥한 날선 공방이 오간 것도 이런 상황이 배경이 된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은행권의 금융투자업 진출에 대해 금투업권의 시선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은행이 일임형 ISA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금투업 진출이 한국의 금융 전업주의와 모순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 아래서 증권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를 소유한 은행들이 금투업 확장에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업 중복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게다가 금투업은 기본적으로 손실 리스크가 큰 분야입니다. 전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은행이 투자손실을 볼 수 있는 금투업에 나설 경우, 안정성에 방점을 둔 금융지주회사법과 상충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난 20일 금융당국은 투자일임 연금계약 가능성을 묻는 은행권의 질의에 대해 수용불가 방침을 내렸습니다. 투자일임에 대해 충분한 경험이 없을 뿐더러 해당 사업은 금투업의 본질적 업무라는 게 당국의 입장입니다. 안정적 운용이 중요한 연금을 아직 은행에 맡길 수 없다는 사유도 참작됐습니다.

업계 전문가들도 은행의 금투업 진출에 앞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은행권의 금투업 진출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자본시장의 기본 틀이 전업주의기 때문에 영역 확장을 원한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나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실장은 이어 “한국의 은행들은 유통 채널이 넓고 인력도 풍부해 경험치가 쌓인다면 금투업에서도 역량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은행에 너무 많은 기능이 집중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금융시장의 ‘공룡’으로 불립니다. 금투업계 입장에선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은행권의 자본시장 진출에 경계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도 금투업 진출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기존 자본시장 사업자들과 금융 소비자들의 안전판 확보,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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