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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규 “최경환 의원 독대할 때 강압·협박 느꼈다”…증인신문서 밝혀

박철규 “최경환 의원 독대할 때 강압·협박 느꼈다”…증인신문서 밝혀

기사승인 2017. 08. 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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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인턴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되도록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월 2일 오전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 안양시 동안구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출두하고 있다./사진=김범주 기자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취업 청탁 문제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3)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강압이나 지시·협박의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합의1부(김유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의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이사장은 인턴직원 황모씨의 채용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최 의원이 그냥 채용할 것을 자신에게 압박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최 의원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묻는 검사 측 질문에 “당시 코트라(KOTRA)와 중진공은 수출인큐베이터 사업 문제로 양 기관이 국회를 찾아다니던 시기였다”며 “당시 실세였던 최 의원이 수출인큐베이터 업무분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 전 이사장은 최 의원과의 독대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는 “최종면접 후 ‘외부위원들의 반대가 심해서 도저히 합격시킬 수 없다’는 보고를 받고 ‘그럼 할 수 없지. (최 의원 측에) 잘 말씀드려라’고 지시했다”며 “김범규 당시 부이사장으로부터 ‘이사장이 직접 와서 설명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얘기를 하면 (최 의원이) 이해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이사장은 “내가 ‘이리저리 살폈는데 외부위원 반대가 많아서 어려울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최 의원이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인데. 그냥 믿고 써봐’라고 말해 난감했다”며 “그래서 다시 ‘외부위원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의원님께도 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당시 황씨의 점수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올해는 일단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채용하고 내년에 다시 (정규직에) 응시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최 의원은 ‘괜찮아. 그냥 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당시 최 의원이 반말로, 아랫사람 부리듯 얘기했나요?”라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 최 의원 측 변호인이 “‘기분이 나빠서 (독대 자리를) 똑똑히 기억한다’고 진술했는데”라고 묻자 “강압이나 지시, 협박으로 느껴졌다”며 “기관장이 오랫동안 고민해서 ‘안 되겠다’고 보고를 하는데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청탁을 거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씨를 합격 시킨 이후 감사원의 감사로 문제가 불거질 무렵 최 의원을 찾아간 상황도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끝나고 선 채로 ‘감사원 감사 중인데 황씨 채용이 문제가 될 거 같다. 점수조작이 있었다고 한다’고 얘기하자 최 의원이 조금 놀라며 ‘어 그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후 최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감사가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어 “‘직원들이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잘 받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은 “2015년 이 사실이 국회에서 처음 논의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10월에 수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커지는 게 두려워 조용히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최 의원을 만났지만 취업 청탁 관련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10여 차례 재판을 받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9월 21일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법정에 서면서 위증 문제도 있고, ‘진실을 말하고 털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은 중진공 사무실에서 국회까지, 국회 현관에서 원내대표 사무실까지 각각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하며 박 전 이사장의 차량 출입기록상 19분여의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만나 그 같은 대화가 오갈 수 있었는지를 추궁했다.

변호인과 증인으로 나선 박 전 이사장과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변호인이 “독대가 있었던 당일은 굉장히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시청에서는 데모가 일어났고, 피고인은 여러 의원들과의 특별대책회의를 계속 주재했는데, 사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피고인을 만났다는 게 통상적인가?”라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더욱 이상한 게 아니겠습니까?”라고 받아쳤다.

또 독대 당일 박 전 이사장이 퇴근 무렵 권태형 당시 운영지원실장을 불러 황씨의 합격 처리를 지시한 것과 관련 변호인이 “오전에 (최 의원에게) 갔다 왔으면 바로 불러서 얘기를 해야지. 강압을 받았는데 왜 고민을 해?”라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강압을 했다고 인정하시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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