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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군부 전설 쉬리눙 100세에 커밍아웃

대만 군부 전설 쉬리눙 100세에 커밍아웃

기사승인 2017. 09. 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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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당을 싫어하지 않는다
지난 1949년 이후 중국과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대만은 반공 국가로 지구촌에서 유명하다.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이런 대만에 한 사회 지도층 인사가 공산주의를 인정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펼치면서 대륙과의 통일을 주창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이 문제의 인사가 대만 군부의 살아 있는 전설인 쉬리눙(許歷農·100)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인 탓에 그의 주장은 중국 조야의 주목까지 대대적으로 모으고 있다.

쉬리눙
중국의 공산주의를 인정한다는 발언을 해 화제를 부르고 있는 쉬리눙 대만 신동맹회 회장./제공=대만 중궈스바오(中國時報).
대만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4일 전언에 따르면 그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대만 군인의 날인 3일을 바로 하루 앞둔 전날이었다. 대만 군부의 최고 원로로서 대륙과 대만 양안(兩岸)의 통일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는지 작심하고 메가톤급 발언을 토해낸 것. 그가 국공내전 시절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이끌던 국민당의 고위 장교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이례적 주장이 아닌가 보인다. 더구나 대만으로 패주한 이후 군부 최고위 인사로 승승장구하면서 지금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까지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하지만 양안 통일을 지향하는 신동맹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중국과 밀접한 교류를 하고 있는 그의 현재 위치는 얘기가 다소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나 싶다. 현재 입장에서는 충분히 언급할 수도 있는 주장인 것이다. 여기에 양안의 관계가 경제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우세로 이제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이념 논쟁이 무의미하게 됐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대만은 아직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공산주의와는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일반 시민들이 자칫 엉뚱한 언행을 할 경우 간첩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1년에 몇 건씩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주진보당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현실 역시 쉬리눙의 발언이 아직은 해프닝 성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웅변하지 않나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난 70여 년 동안 금기시됐던 말이 한 번 터져나왔다는 것은 나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한다. 그것도 대만 군부의 전설이 그랬다면 정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제 대만에서 공산주의를 인정한다는 말이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닐 날도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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