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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잠수함 타보니] 핵잠수함도 중하지만, 잠수함 병력은 더 절실하다

[軍잠수함 타보니] 핵잠수함도 중하지만, 잠수함 병력은 더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7. 09. 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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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베테랑과 강제 차출된 신입 승조원이 일하는 기형적 구조 심화우려
모든 통신·연락 차단,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도 '멀티플레이어'로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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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군복합항에 정박중인 장보고함(앞쪽), 이억기함(뒷쪽) 모습 /사진=해군 제공
“잠수함 요원 1명이 제대로 역할 하도록 육성하는데 2~3년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장기복무가 안되거나 전역을 한다. 새로 온 병력을 다시 교육한다지만 또 내보내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데다 잠수함 근무를 희망하는 인원도 줄어들어 걱정이다.”

약 20여년 가까이 잠수함에 탑승했던 한 장교가 했던 말이다. 실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잠수함 요원 10명 중 6명이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치가 있을 만큼 잠수함 승조원들은 어느 병과보다도 높은 전역률을 보이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은 오랜 육성 기간 때문에 일반 병사(수병) 없이 오직 장교와 부사관 만으로 구성된다.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선발 인원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실습과정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장기간의 교육을 거쳐 소수 정예들로 편성된다.

하지만 베테랑 승조원과 신입 승조원간 경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잠수함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허리역할을 해야 할 중간그룹이 빠져나가면서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1년차 이상 20년차 이하의 요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잠수함 근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아 신규 승조원 상당수가 잠수함 근무에 강제 차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차출됐던 인원들은 그마저도 전역하거나 몇 년 뒤 잠수함이 아닌 다른 병과로 옮겨버린다.

해군이 최첨단 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정작 이를 운용할 전문 병력은 확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해군은 2020년대 초반 3000t급 잠수함을 전력화할 예정이다.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도입에도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형 잠수함이나 핵잠수함이 있어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는 것은 근무환경이 워낙 힘들기 때문이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 스마트폰과 TV를 사용하지 못하는 외부와의 단절, 햇빛도 볼 수 없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10~20배 짙어 각종 질병과 지각능력도 떨어지는 신체적·정신적 건강문제 등 애로사항이 수만 가지다.

군 당국은 잠수함 승조원들에 대한 처우를 재점검해야 한다. 잠수함 기피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전을 마련하고, 해군 인재들을 잠수함 승조원으로 유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때다.

◇‘침묵의 수호자’…나라 지키는 자부심 하나로 꿋꿋한 잠수함 승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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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원들이 식사 후 침대에 앉아 후식으로 포도를 먹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해군은 지난 13일 1200t급(209급) 잠수함 승조원들의 수중작전 모습과 생활현장을 국방부 취재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예전에도 몇 차례 공개하긴 했으나 함 내부를 사진으로 제공하고 기사 작성까지 지원한 것은 잠수함 도입 25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진은 이날 제주민군복합항에 정박해 있던 해군의 209급 잠수함 1번함인 장보고함과 9번함 이억기함에 각각 탑승했다. 기자가 탑승한 장보고함은 독일에서 건조돼 1993년 취역한 우리나라 최초의 209급 잠수함으로, 다음 달이면 운영 25주년을 맞는다.

해군은 잠수함의 함정 이름을 정할 때 바다와 관련한 국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 또는 항일 독립운동에 공헌하거나 광복 후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 존경받은 인물들의 이름을 따왔다.

장보고함의 길이는 길이 56m. 높이 11.5m 폭 7.6m. 최대 속도는 22노트(시속 40㎞), 최대 잠항 능력은 3~4일이다. 최대 잠항 심도는 250미터 이상이며 수십 킬로를 탐지할 수 있고 어뢰와 기뢰가 장착돼 있어 수상함과 잠수함에 대한 공격 능력도 갖췄다.

장보고함은 50여평의 공간에서 승조원 4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먹고 자고 쉬는 모든 공간을 교대로 사용하고, 식사도 좁은 테이블에서 어깨를 마주 대고 먹는다. 바닷물을 정화한 물을 아껴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샤워는 주 1회 10분 정도로 제한된다.

물티슈로 몸을 닦기도 하지만 생활하며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의 처리 문제도 골치다. 세탁도 못하기 때문에 빨랫감은 밀봉했다가 입항 후 집으로 가져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피부질환이나 잇몸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함 내에서는 적 잠수함의 음파탐지를 피하기 위해 모든 소음이 통제된다. 동료와의 대화는 물론 발소리와 장비 다루는 소리까지 모든 행동들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므로 정신적으로 매우 예민한 상태가 된다. 낮과 밤의 구분도 안 돼 생활 리듬이 깨진다.

또 이산화탄소로 인해 탁해진 내부 공기는 스노클 마스트를 통해 수면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공기는 디젤 엔진 가동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이 스노클링을 위해서는 잠수함이 수면 가까이 올라가야 되는데, 이는 적에게 노출되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친구나 지인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한 번 작전에 나가면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승조원들에게 있어 가장 힘든 점으로 꼽힌다.

장보고함 조타장인 이준경 상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항상 긴장된 상태로 근무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국가 전략부대라는 자부심으로 임무 수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잠항 체험…적 항공기 출현에 ‘긴급잠항’으로 상황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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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탑에 올라가기 위해 수직사다리를 올려다본 모습. 잠수함 승조원들은 함교탑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건물 2~3층 이상의 높이를 수직으로 된 계단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한다. /사진=해군 제공
이날 취재진은 장보고함 탑승을 위해 내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인 10여m 길이의 수직사다리를 타고 잠수함 안으로 내려갔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가 10~15m, 잠항 체험 시작부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부두를 출항한 장보고함은 훈련 해역에 도달했다. 함장의 ‘각 부서 잠항 준비’ 지시에 이어 기관장의 ‘전 부서 잠항준비 끝’을 보고로 잠수함 해치가 완전히 닫히면서 외부와 단절됐다.

이어 함장이 외치는 ‘충수!’ 호령에 기관장과 승조원들이 충수를 복창했고 함 내부에 있는 탱크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잠수함은 충수를 통해 무거워진 음성부력으로 물에 잠길 수 있다. 장보고함이 본격적으로 심해에 진입하는 순간이다.

장보고함은 완전히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물 밖으로 잠망경만 내놓은 상태에서 스노클 항해를 실시했다. 이어 적 항공기와의 접촉을 가정한 상황이 발생했고, 함장의 신속한 ‘긴급잠항’ 지시에 따라 장보고함은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며 깊은 수심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긴급잠항 동안 자신의 현재 위치를 지킬 필요가 없는 일부 승조원들은 함수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뛰어갔다. 승조원들의 몸무게를 더해 긴급잠항 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조치다.

곧 이어 타수는 ‘16m, 18m, 20m 통과…목표심도 잡기 끝’이라고 보고했고, 함장의 ‘좋아’라는 구령을 끝으로 긴급잠항 훈련이 마무리됐다. 모의 훈련이기는 했지만 깊고 어두운 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인지 긴장감은 한동안 계속됐다.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역시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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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정보실에서 어뢰발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접촉된 표적에 대해 분석 및 문제해결이 완료되고 함장의 명령에 따라 어뢰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이날 잠항에서는 잠수함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상황을 가정해 이를 진압하는 모의 훈련도 실시됐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상황이 전파되자마자 승조원은 방화복을 착용하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소방용 호스를 연결한 뒤 물을 분사하며 화재를 진압했다.

이처럼 잠수함에서는 별도의 소방인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승조원이 상황에 따라 ‘멀티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한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소수 정예로 구성되는 만큼 본래 부여된 역할 외에도 다른 동료의 임무를 숙지·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떤 승조원이 독감 등 전염성 있는 질병에 걸릴 경우 잠항에서 제외를 하게 되는데, 이 역할을 다른 승조원이 해야 한다. 군 당국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열악한 환경 개선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신경써야할 필요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잠수함은 우리 군이 보유한 ‘국가전략무기’로 불린다. 해군 관계자들은 국가전략무기인 잠수함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들의 수당을 대폭 올려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장보고함을 시작으로, 최근 진수식을 마친 마지막 1800톤급(214급) 잠수함 ‘신돌석함’이 예정대로 2019년 작전 배치되면 1200톤급 잠수함 9척과 1800톤급 잠수함 9척 등 모두 18척을 운용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에 대해 군 당국이 본격적으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핵잠수함은 잠수함의 가장 위험한 순간인 수상 스노클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적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속도도 디젤엔진 잠수함보다 3배 이상 빠르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산소를 얻고, 마실 물도 담수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식량만 확보되면 사실상 수중에서 무제한 작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역시나 승조원 확보다. 잠수함 성능이 개량된다는 것은 군의 작전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다. 하지만 잠수함을 운용하는 승조원 입장에서는 근무환경이 더욱 가혹해지는 것이라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핵잠수함을 통해 몇 달을 심해에서 작전할 수 있게 되면, 승조원들의 경우 바깥의 빛을 못보고 외부와 연락을 못하는 시간도 몇 달이 된다. 이 때문에 ‘디젤 잠수함은 차라리 스노클이라도 하니까 신선한 공기라도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도 나온다.

군 당국은 잠수함 수를 늘리기에 앞서 잠수함 전문 병력의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승조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수중 전투력은 점차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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