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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용호 “미국이 선전포고했다” 주장…상당히 정제된 발언 왜?

북한 리용호 “미국이 선전포고했다” 주장…상당히 정제된 발언 왜?

기사승인 2017. 09. 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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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길 뉴욕 숙소 앞에서 입장표명 "트럼프가 명백한 선전포고 했다"
긴장국면 책임 미국에 돌려…태평양 괌 미군기지 겨냥한 도발 가능성 시사
뉴욕 도착한 북한 리용호 외무상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의 JFK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뉴욕 시내로 향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은 북한이 최근 해왔던 ‘말폭탄’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정제된 문장이 사용됐다.

이는 ‘미국이 먼저 북한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이번 성명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량국가는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외교적인 전략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며칠 동안 알다시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과 미국의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지금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모든 회원국 대표단을 포함해 전 세계는 이번에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헌장은 개별국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북한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용호 외무상의 성명은 미국이 지난 주말 북한 동해 국제공역으로 출격시킨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비행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북한 김정은의 위기의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1B 랜서는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할 수 있다. 특히 B-1B 랜서 3~4대가 평양 상공에서 동시에 작전하면 평양 중심지역은 쑥대밭으로 변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갖췄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 등이 북한 상공이 아닌 지역에 전개만 돼도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B-1B 랜서가 전개되는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나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용호 외무상의 성명은 북한이 이전에 해왔던 말폭탄 수위에 비하면 상당히 정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자신 명의의 성명에서 ‘초강경 대응조치’를 언급했고, 이 조치에 대해 리 외무상은 “태평양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할 것”이라며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겨냥한 타격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리 외무상의 성명은 지금껏 북·미간 주고받은 말폭탄으로 인해 고조된 긴장국면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것”이라며 “유엔 헌장까지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이 자위적인 차원에서 정당하다는 것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보통 북한이 중대성명을 발표할 때는 조선중앙TV의 리춘희를 통해 한다. 하지만 리용호 외무상발로 했다는 것은 평양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미국 뉴욕에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외교적인 선전선동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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