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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영화의 메시지도 책임지는게 배우의 몫”

[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영화의 메시지도 책임지는게 배우의 몫”

기사승인 2017. 10.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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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사진=리틀빅픽처스
배우 이제훈이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항일운동가로 변신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에 이어 위안부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등 아픈 현대사를 다룬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개념 배우'로 불리고 있다. 

추석 연휴 개봉해 전세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에서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 역을 맡아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을 돕는 인물로 분했다.

"시나리오 중후반쯤 읽었을 때 옥분의 큰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이야기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주변인물과의 관계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고,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궁금했는데, 보고 나니 마음이 무겁고, 아직 살아계신 피해자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랐어요."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의 위안부 영화와 달리 정공법 대신 우회적으로 그려내 웃음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안기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위안부를 다룬 영화가 직접적이고 정공법으로 풀어냈다면 저희 영화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수 있지만 메시지는 분명해요. 아픈 역사의 피해자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김현석 감독님이 영화를 만드시는 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명필름 심재명 대표에 대한 믿음으로 참여한 영화예요."

작품을 택할 때 영화적 재미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왔다는 그는 최근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에 연달아 출연하며 영화가 지닌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 보고 난 뒤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게 됐어요. 그전에는 작품이 어떤 장르적 쾌감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메시지나 이 영화가 지닌 가치에 대해 배우로서 책임져야 하는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사명감을 갖게 된 건 전작 '박열'의 영향이다. 이제훈은 '박열'에서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항일운동가 박열 자체가 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저예산 상업영화임에도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23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 인식이 부족했는데 박열을 연기하다보니 크게 와닿았죠. 영화를 보시는 분들께 올바른 생각을 일깨워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영광스럽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비록 영화가 픽션이라 하더라도 직접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품을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까지 고려하게 되고, 앞으로 더 그러한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이제훈은 전작 '박열'에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면, 이번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영어를 수준급 이상으로 연기했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저는 영어에 능수능란한 사람이 아닌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역이라 들킬까봐 걱정했거든요. 굉장히 디테일하게, 뉘앙스나 토시가 틀리진 않았는지 현장에서 지도해주시는 분께서 체크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로 대선배 나문희와 호흡을 맞췄다. 역할에 따라 나문희에게 딱밤을 때리기도 하고 단호한 면모를 보여야 했기에 마음이 편하진 않았을 터. 

"제가 감히 선생님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다니 너무 죄송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라 더 송구스러웠어요. 그럼에도 제가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워낙 대선배셔서 제가 과연 선생님 앞에서 대사라도 잘 전달할까 우려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일상과 촬영의 간극이 없이 절 대해주세요. 처음 의상피팅하고 대본 리딩 할 때 저를 웃으면서 환대해주셨는데, 그때 무장해제 된 후 긴장이 풀리면서 막내아들이나 손자같이 어리광 피우고 싶었졌어요. 선생님이 주시는 대사나 표현을 잘 듣고, 느끼고, 전달만 해도 제 안에 충만한 기분이 드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끝으로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로 관객들이 따뜻한 위로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연출·배우연기·카메라 워크·톤앤 매너·음악·편집 등 여러 가지 고려하면서 보는 편인데, 우리 영화는 그런 것 다 차치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진정성이 강렬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봤을 때 첫 감정이 나문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었고,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좋은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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