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상계좌 폐쇄로 가닥...가상화폐 업계 대혼란

김인희 기자 | 기사승인 2018. 01. 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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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표면적으로는 가상화폐에 대한 분위기를 고려해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나, 금융당국과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가상계좌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정부가 특별대책을 통해 발표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위한 시스템은 이미 개발됐지만 가상화폐 거래가 이처럼 사회문제화되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가상화폐 특별대책을 통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로 거래자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실명확인에 입각한 가상계좌마저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실명확인이 되든 안 되든 가상화폐 거래용 가상계좌는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이에 더해 빗썸·코빗·이야랩스 등 3개 가상화폐 거래소에 10일 공문을 보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15일을 기해 기존 가상계좌로 입금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기존 가상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은 허용한다. 출금은 허용하되 입금을 중단하면 기존 가상계좌 거래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 여타 시중은행들도 동참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기로 하는 동시에 기존 가상계좌도 점차적으로 폐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정부의 방침이 정해질 때 까지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은행과 거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일명 ‘벌집계좌’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적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한다.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벌집계좌는 장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을 수용할 수 없어 가상계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금융사들이 모두 가상계좌 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가상통화 거래는 사실상 제도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중단하고 기존계좌도 없애라는 것은 사실상 거래소에 대한 지급결제서비스를 거절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특별법을 도입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는 선언적인 조치보다 더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은 금융당국 주도 아래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가상계좌 서비스의 제공 여부와 실명확인 서비스 등을 논의한다.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돼 온 기존의 가상계좌들을 폐쇄할 지 여부도 이 자리에서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화폐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현재 신한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받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당장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 채 사태를 파악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NH농협은행에서도 가상계좌를 제공받는다”며 농협은행 쪽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가상계좌를 아예 막는 것은 투자자 반발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빗썸·코빗·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가 가입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당국과의 조율로 자유규제안도 만든 상황에 거래소 폐쇄와 가상계좌 서비스 철회가 거론되는 것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자율규제안에 따라 본인 확인을 강화한 입출금 서비스를 1월 1일부터 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이렇게 하니 은행이 뒤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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