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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뒷담화]‘인생은 새옹지마’…9년 만에 위치 바뀐 백원우·MB

[청와대 뒷담화]‘인생은 새옹지마’…9년 만에 위치 바뀐 백원우·MB

기사승인 2018. 01. 2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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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_이명박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사진 왼쪽 가운데)이 지난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하는 조국 민정수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한주간(1월 14일~19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주요 뉴스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인생은 새옹지마’…9년 만에 위치 바뀐 백원우·MB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한 차례씩 주고받은 공방으로 정치권, 아니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삼성동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성명이 발표된 후 하룻 만인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것처럼 언급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단순히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언급한 것에 대한 개인적 분노로만 해석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는데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졌던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검찰 수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얘기죠.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지금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검찰 등의 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돼 왔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에서입니다. 지난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했던 문재인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에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안보수사처) 이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권한의 분리분산을 위해 각 기관들이 준비해 왔던 대책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날 권력기관 개혁안 내용을 설명하던 조 수석 뒤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배석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조 수석과 백 비서관이 소속돼 있는 민정수석실은 지금까지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 기강 점검 등을 위해 검찰과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들을 콘트롤해왔던 곳입니다. 그랬던 민정수석실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권력기관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일을 추진 중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인물 중 한명이 백 비서관입니다.

백 비서관은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지난 2009년 5월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던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장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여기가 어딘줄 알고 오느냐”며 고함을 내질렀던 일화로 유명합니다. 검찰을 움직여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항의했던 인물이 검찰의 기능을 개혁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백 비서관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은 그 자신 역시 ‘정치보복’이라는 항변 속에 검찰 수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9년 만에 처지가 바뀐 두 사람을 보며 ‘돌고 도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새삼 느끼게 된 한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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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오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청와대
◇장하성 실장 “현장에 답 있지만, 현장방문은 어려워…”

청와대 참모진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연일 현장을 찾는 정책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장하성 정책실장이 고려대를 찾아 청소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등이 하루에 한명씩 돌아가며 현장을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했습니다.

최저임금 현장을 찾는 것은 비단 청와대 참모진들뿐만이 아닙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행정부처 장관들도 최저임금 준수와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홍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투어를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야당 국회의원들도 최저임금 인상 현장을 부지런히 찾고 있습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축소, 제품가격 인상 등 부작용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 청와대 참모진, 행정부처 장관들과는 살짝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일방적인 정책홍보나 반대의 경우처럼 정책 흠집내기에만 주력한다면 오히려 빈축만 사게 마련입니다. 지난 18일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했던 장하성 정책실장은 몇몇 점포에서 푸대접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습니다. 특히 첫 방문지였던 한 분식점에서는 종업원들의 짜증까지 받아내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종업원들 입장에서 불황으로 장사도 잘 안되는데 아침에 가게 문을 처음 열고 들어온 사람이 돈을 내고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이 아니라 뭔가 잔뜩 적힌 종이 자료를 내미는 양복쟁이라면 짜증이 안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날 종업원들은 점포에 들어와 인사를 건네는 장 실장에게 “간단하게 말씀하세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왜 짜증이 났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장사가) 안되니까 짜증이 나는 거죠”라고 답해 끝내 장 실장을 무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장 실장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방법,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대책 등을 설명하며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해 얼어붙었던 종업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여는데 성공했습니다. 다음 방문지인 정육점에서는 첫 손님이니 개시 좀 해달라는 주인의 부탁으로 부채살과 채끝살을 구입한 후에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새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별도의 일자리안정 점검팀을 만들어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현장점검은 이렇게 시작됐고 내달 초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부 야당의 비판처럼 일회용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비록 환영받지는 못해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꾸준하고 진정성 있게 접근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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