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산은, 대우건설 졸속매각 우려…호반건설, 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산은, 대우건설 졸속매각 우려…호반건설, 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기사승인 2018. 01. 30. 05: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Print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업계 3위 대우건설 인수에 출사표를 던진 데에 대한 업계 평가다. 현재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호반건설이 자신보다 몸집이 10배 이상 큰 대우건설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지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대우건설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존폐 위기에 처했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어서다.

비난의 화살은 산업은행을 향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산업은행이 매각에 급급해 ‘졸속·부실 매각’을 추진했다며 반대하고 나섰고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 인수 후 7년간 투입한 금액만 총 3조2000억원에 달하는데 반해, 매각 예상가가 절반 수준에 불과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먼저 경영 정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시킨 후 대우건설 재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 급급한 산은, 투입 공적자금의 절반 겨우 건지나
일단 호반건설은 주당 7700원에 대우건설 지분 40%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에 대해서는 3년 뒤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산은 측도 분할매각 조건을 수용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인수가격을 주당 7700원으로 가정하면 산은은 원래 목표 가액보다 5000억원 낮은 1조6200억원에 대우건설을 팔게 된다. 산은이 인수 후 투입한 자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한 가격은 주당 1만원, 매각가로는 2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분할 매각 수용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공정한 조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분할매각 가능 조건을) 처음 매각공고 때 언급했어야 했다”며 “매각 마지막 단계에서 처음 공고 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졸속매각이자 특혜매각”이라고 꼬집었다.

◇호반건설, 대우건설 품을 수 있나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자금능력과 향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호반건설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2016년 말 기준 4846억원이며, 이 밖에 1년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40% 지분에 대한 결제 대금 1조2000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데, 절반가량을 인수금융 및 대출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 재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룹이 쪼개졌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파트 분양사업 위주로만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더 키울 능력이 있는 지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수십년간 축적해온 해외 플랜트 사업이 호반건설에 인수된 후에도 제대로 운영이 될지 미지수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1조8000억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선 경영정상화 후 매각해야”
업계에서는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의 관리 하에서 불거진 방만 경영을 바로잡고 대우건설의 기초체력을 끌어올린 후 매각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또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지금의 매각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2016년 빅배스(과거의 부실을 한번에 반영하는 것)로 적자를 냈던 대우건설은 작년 7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적은 개선됐으나 매각가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부실을 정리해 장부를 깨끗하게 만든 후 실적 개선을 이끌어 매각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는 산은의 목표와도 맞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당장의 매각보다 새로운 전문경영진을 통해 기업가치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며 “부실경영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빠르게 주가를 끌어올려 공적자금의 안정적인 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