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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선수들 잡지 못하던 썰매…이제는 ‘효자종목’

도망치는 선수들 잡지 못하던 썰매…이제는 ‘효자종목’

기사승인 2018. 02. 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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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8년 전만 해도 선수를 끌어모으기조차 쉽지 않았던 한국 썰매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의 당당한 '효자 종목'으로 우뚝 섰다.
 


역사가 짧은 한국 썰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를 비롯한 몇몇 개척자에 의존하던 처지였다.


평창올림픽 유치전을 계기로 저변 넓히기에 나섰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2010년 8월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연습장에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주최한 대표선수 선발전은 강습회를 겸해 치러졌다.


썰매라는 것을 접해 본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다른 종목의 선수 중 도전 의향이 있는 이들을 끌어모아 간단히 강습한 뒤 선발전을 거쳐 대표를 뽑으려 했다.


강광배 교수의 은퇴로 세대교체가 필요하던 상황에서 '외인부대' 꾸리기에 나선 것이다.


당시 강습회에는 중학생부터 20대까지, 육상 선수부터 씨름 선수까지 50여 명이 참가했다.


지상에서의 자세 연습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갓 만들어진 스타트 연습장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레일 위에서 100m가량을 이동하는 등의 체험을 했다.


강습회 이틀째가 되자 이탈자가 발생했다.


첫날 썰매가 레일 밖으로 이탈하면서 크게 덜컹거리는 경험을 한 씨름부 선수들이 밤이 되자 "못 하겠다"며 포기한 것이다.


고작 100m 주행이었지만, 내리막길에서 삽시간에 속도를 붙인 썰매가 덜컹거릴 때 가해진 충격을 거구의 선수들은 감당하지 못했다.


실제 경기나 연습 중에도 큰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썰매에서 초심자들을 선수로 이끌기 위해서는 공포감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변변한 경기장은커녕 라커룸도 없던 스타트 연습장에서 공포에 밀려 도망치던 이들을, 아직 유치가 확정되지도 않았던 '평창올림픽'을 비전으로 내세워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을 믿고 올림픽이라는 꿈에 도전한 이들이 남아 8년을 보냈다.


이듬해에 한국 봅슬레이의 대들보인 원윤종(강원도청)이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2년에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선발전을 거쳐 윤성빈(강원도청)이라는 '괴물 신인'이 혜성같이 등장했다.


윤성빈이 16일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불과 8년 만에 한국 썰매는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 됐다.


이제 한국 썰매는 빙상과 함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메달을 안긴 단 둘뿐인 효자 종목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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