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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건 충족 안되면 북·미회담 안한다”는 트럼프의 경고

[사설] “조건 충족 안되면 북·미회담 안한다”는 트럼프의 경고

기사승인 2018. 05. 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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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 연기론을 갑자기 꺼내 들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 후 기자 질문에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certain conditions)이 있다. 그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불과 20일 남겨두고 나온 아주 민감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한 번에 일괄타결(all-in-one)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이번에 회담이 안 열리면 다음에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를 받아들일 경우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돕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근과 채찍을 통해 일괄타결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룬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특정 조건은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고, 대신 미국이 김정은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북한의 주장대로 단계별로 나눠서 하지 않고 한 번에 타결하겠다는 뜻이다. 소위 “트럼프 방식”이다. 또 빅딜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속전속결로 매듭짓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날 트럼프가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다음에 열릴 것이라고 한 것은 최소한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미국이 주장하는 “볼턴식 해법”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이번에는 역으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 엄포를 놨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무척 당혹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식 해법을 분명히 하고 북한에 이를 받든지 말든지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 국무위원장은 고민이 클 것이다. 미국이 더 강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김 국무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난 후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판했고,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이 장난을 치면 리비아와 같은 운명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의 불발 시 군사 옵션 얘기도 나온다. 김 국무위원장은 자신과 북한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중국이 경제제재를 좀 푼다고 해서 비핵화를 거부하거나 미국을 눈가림하려고 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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