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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발 ‘오일 쇼크’

[칼럼] 트럼프발 ‘오일 쇼크’

기사승인 2018. 07. 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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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신영수 전 재중국한국인회 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천하무적’의 힘을 무기로 지구촌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언제 종결될지 알 수 없는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승을 거듭하는 국제유가 급등을 야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8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이란 사이에 2015년 7월 맺은 ‘이란 핵협상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 이번 유가 파동의 기폭제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중국·인도 등에 대해 오는 11월 4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하며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7월 들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석유 금수 결정에 이란이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7월 3일(현지시간)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받아서 이스마일 코사리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튿날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어떤 석유 선적도 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전해진 7월 3일 서부텍사스산석유(WTI) 가격은 배럴당 74.1달러로 올랐다. 이는 올 들어 22.8%, 1년 새 67.6%나 상승한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공언한 7월 4일 WTI 가격은 다시 배럴당 74.59달러로 상승해 최근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는 7월 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높다”며 “당장 석유가격을 내리라”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압박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하루 200만배럴의 석유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압박과 회유의 양면작전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어떤 존재인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것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요충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8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이란이 아직은 한 번도 단행한 적이 없는 해협 봉쇄를 실제로 결행한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 국제유가 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가당착으로 빚어진 것이다. 하루 220만배럴, 전 세계 수요량의 약 2%를 차지하는 이란산 석유 수출이 금지될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미국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란 석유 금수를 예정대로 단행하려면 하루 최대 200만배럴의 원유 공급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은 이란 석유 금수 결정 전인 지난 6월 하순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합의된 석유 증산이 실제 이루어질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 이란산 금수에 따른 부족분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내년 2분기 말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면 석유 수요의 증가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 수입의 86%와 가스 수입의 21%를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한국은 에너지 안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오일 쇼크와 같은 비상사태에 미리 미리 대비하는 노력과 함께, 차제에 미국산 셸 오일 수입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유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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