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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美로의 반도체 쏠림 심화…K-반도체, 이대로 괜찮을까

[기자의 눈] 美로의 반도체 쏠림 심화…K-반도체, 이대로 괜찮을까

기사승인 2024. 04. 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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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아시아투데이 기자
정문경 아시아투데이 기자
미국의 전폭적인 반도체 투자 유치 정책 아래 전세계의 메이저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가치사슬이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앞으로 K반도체의 앞길이 걱정된다.

기존에 미국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수출국이다. 국내를 중심으로 생산해온 제품들을 미국으로 수출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반도체 수출 비중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미래에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이 구성되는 새 지형이 형성된다. 미국 중심으로 생산 체계가 이뤄진다면,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가 소폭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만일 미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확대하기로 한 기업들이 현지에서의 생산과 판매를 본격화하면, 우리나라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초대형 투자가 수반되는 반도체 공장 건립으로 인해 국내 투자 비중이 줄면서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수출 감소로 인한 한국 경제에 타격도 예상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은 미국의 반도체 정책을 대비해 적극적인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핵심 R&D 영역은 안보 경쟁력을 위해 자국에서만 추진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미래 먹거리 연구를 하기 위한 인력, 지원,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판단으로 이들 기업은 미국에서 핵심 연구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1980년대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를 쇠퇴의 길로 내몰았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 등 노골적인 정책으로 제재를 가했지만, 지금은 '자국 중심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 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쓸어모으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반도체 전쟁이 국가 대항전이 된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듯 하다. 소부장, 팹리스 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다시 찾아올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K반도체가 재도약하느냐, 도태하느냐를 가를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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