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스튜어드십 코드, 현장의 목소리 경청해야

[기자의눈]스튜어드십 코드, 현장의 목소리 경청해야

기사승인 2018. 07. 25.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진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기금 운용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열린 공청회를 통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방안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밝혔다.

635조원에 달하는 운용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연금은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기업의 지분투자 금액만 131조원에 이른다. 기관투자자의 맏형격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치·경제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기금 운용에 대한 첫걸음인 셈이다.

흔히 새로운 제도나 법률이 시행될라치면 순기능은 물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튀어나오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새 제도의 영향을 받게 될 피관리감독 기관의 경우 이러한 시행착오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7일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현장의 우려와 쓴소리들이 봇물터지듯 나왔다. 정책 입안자와 시행자들이 주의 깊게 되새겨야 할 대목들이다.

위탁운용사를 활용한 주주활동 확대 방안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컴프라이언스 실장은 국내 위탁운용사의 현실적 여건을 토로했다. 200개가 넘는 운용사 중 150개가 전문 사모운용사로, 이들 대부분이 임직원 수 등 의결권 행사에 대한 역량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수시로 이뤄지는 투자 기업 발굴과 기업탐방 등 운용사와 기업의 특수관계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경영정보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결국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미공개정보 이용의 경우 업계를 떠날 정도의 중범죄”라며 입법 정책적 배려를 강조했다.

일각서 제기되는 ‘연금 사회주의’ 프레임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단기차익만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주주행동주의와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동일시하는 것은 ‘혹세무민’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대표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안도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비근한 예다. 당시 양사의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증권사는 단 한곳에 불과했다. “위탁운용사 대부분이 재벌그룹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하는 건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는 게 류 대표의 지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독립성과 투명성이 땅에 떨어진 기금 운용의 변화를 가져올 첫 발자국이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사회적 합의를 얻게 됐다. 하지만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놓친다면 작은 부작용이 제도 전체를 폄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제도 도입에 앞서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걱정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