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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용률 동남아 최악’ 필리핀, 생체정보 ID로 핀테크·디지털 금융 활성화

‘은행이용률 동남아 최악’ 필리핀, 생체정보 ID로 핀테크·디지털 금융 활성화

기사승인 2018. 08.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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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MANILA-DUTERTE-ILLEGAL
필리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판 ‘아다르(Aadhaar)’의 핵심은 디지털 금융 활성화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닐라 케손시티 하원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출처=신화통신,연합뉴스
동남아시아에서 은행 이용률이 가장 낮은 필리핀이 생체정보를 담은 신분확인 시스템 도입을 통해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약 3000만명 정도를 국가 공인 금융시스템으로 끌어들여 금융산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대파를 감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신분확인 시스템 총괄을 맡은 리사 그레이스 베르살레스 필리핀 통계청장은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ID 시스템의 핵심은 2020년까지 3000만명을 국가 공인 금융 시스템으로 끌어들여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계좌 개설·스마트폰 및 온라인 전자결제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인구 70%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에서 필리핀 ID 시스템이 시행되면 금융기술 기업이 큰 수익을 낼 것이란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과 필리핀 이동통신사 글로브 텔레콤 등이 대표적이다. 베르살레스 통계청장은 “전국 규모의 ID 시스템은 기업 부담과 금융거래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체정보 연동 신분증 시행을 위한 첫 단계는 연내 정부 보조금 수혜자 100만명의 안구홍채·지문·얼굴사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베르살레스 통계청장은 말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 15년 간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전체 인구 대비 계좌개설 수가 가장 낮다. 필리핀 국민의 은행 이용률이 낮은 것은 정부 발행 신분증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다. 신원확인 서류가 없어 최소 10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기본적인 출생 증명서조차 없는 필리핀 사람은 74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정부 발급 신분증이 없어 정규직에도 지원하지 못한다.

ID 시스템이 정부의 국민 감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언론·종교단체·개인정보 감시단체들은 홍채 등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국가가 소유하면 시민들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ID가 국가의 감시 도구로 전락해 두테르테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재갈을 물리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베르살레스 통계청장은 “근거 없는 우려”라며 “수집된 모든 정보는 기존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도 13억 인구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아다르(토대라는 뜻의 힌디어) 체제’ 구축에 대해 생체정보 수집 논란이 일었다. 인도 정부는 원칙적으로 아다르 발급 여부를 개개인의 자발적 동의에 맡겼지만 복지 정책 수혜자들에게 아다르 번호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면서 사실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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