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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메르스 환자 발생, 검역망 뚫렸나·지역사회 확산 2주가 고비

3년만에 메르스 환자 발생, 검역망 뚫렸나·지역사회 확산 2주가 고비

기사승인 2018. 09. 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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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메르스 긴급 관계 장관회의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 여만에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공항 검역대 통과 4시간만에 의심환자로 분류되고, 확진환자로 확인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메르스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환자가 설사 증상에 따른 장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방문한 직후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고, 병원 측이 신속하게 보건당국에 신고하면서 초동대처에 큰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스 잠복기인 최대 14일 이내에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지역사회 확산 우려는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공항 메르스 방역체계 ‘구멍’ 뚫렸나(?)

보건당국 조사 결과, 메르스 환자 A씨는 지난 8월16일 쿠웨이트로 출장을 떠난 후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7일 오후 4시51분에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검역법에 따라 중동지역 방문후 입국자는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A씨는 개인정보와 최근 21일 동안의 방문국가, 최근 21일 동안의 질병 증상을 기록하는 질문서를 제출하면서 설사는 10일 전에 있었지만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고막체온계로 측정했을 때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었고, 호흡기 증상도 없어 A씨를 통과시켰다. 보건당국은 A씨에게 귀가 후에 발열 등의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을 전달하는 것으로 검역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설사 치료를 위해 아내와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A씨와의 사전 전화 통화로 중동방문력을 확인한 후 처음부터 별도 격리실에서 진료했다. 이후 발열과 가래 및 폐렴 증상이 확인되자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확진 받았다. A씨가 공항 통과 후 불과 4시간여 만인 당일 오후 10시34분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되면서 공항 검역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A씨가 머물렀던 쿠웨이트가 보건당국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이 아닌 점을 들어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감염경로 파악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단 A씨가 두바이에서는 환승을 위해 짧은 시간만 있었기에 잠복기(2∼14일) 등을 고려하면 쿠웨이트 현지에 있을 때 메르스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외교부는 A씨를 통해 쿠웨이트 현지에서 접촉한 한국인의 감염 여부도 파악할 예정이다.

◇ 공항서 병원으로…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A씨가 입국 직후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되면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광범위하게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에 달하는 만큼 향후 2주간이 메르스 지역사회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와 항공기 내 동승한 모든 승객 및 승무원의 명단을 해당 주소지 소재 관할 보건소로 통보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역학조사와 증상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2m 이내에서 긴밀하게 접촉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밀접접촉자의 경우 21명으로, 현재 자택격리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환자는 공항에서부터 삼성서울병원을 거쳐서 격리돼 지역사회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접촉자를 통해서 2차 감염이나 이런 부분들이 생기지 않게끔 접촉자 조사와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를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자 상태도 2주까지는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당국 설명이다. 현재 환자는 중증은 아니지만 1~2주 내 병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혈압이 떨어질 경우를 ‘중증’으로 판단하는데 현재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증상이 생긴 뒤 1~2주 사이 (병이 더욱)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가 다 끝날 때까지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 예견됐었다(?)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은 예견돼 왔던 일이다. 보건당국은 2015년 메르스 창궐 사태 종료 후에도 시간의 문제일 뿐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는데다 이들 지역을 방문한 사람을 통해 메르스가 재유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대유행 이후에도 확진 환자만 없었을 뿐 의심환자는 꾸준히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이달 8일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건수는 959건으로, 이 중 169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검사 결과 최종 모두 음성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1248건 중 220명(17.6%)이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확진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해외 유입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만큼 메르스 오염지역 직항 항공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등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우디 등 중동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은 특히 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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