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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희망을 나르는 행복한 배달부 “밥 한끼가 그들에게는 삶의 버팀목”

쪽방촌에 희망을 나르는 행복한 배달부 “밥 한끼가 그들에게는 삶의 버팀목”

기사승인 2018. 10.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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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세상]
'길벗사랑공동체'의 서울역 쪽방촌 도시락 나눔 봉사 현장
단순한 밥 한끼가 아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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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길벗사랑공동체’ 자원봉사들이 서울역 쪽방촌에 전달한 도시락의 모습. 봉사자들은 밥 한끼가 아닌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준혁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3평 남짓한 공간, 아침부터 밥 짓는 냄새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 준비생들의 상징인 노량진의 한 고시촌 건물 지하에서 만난 이들은 매일 점심 때마다 새로운 희망을 전하기 위해 아침이면 도시락을 싸는 ‘길벗사랑공동체’ 자원봉사자들이다.

지난 11일 아침 쌀쌀해진 날씨에도 부엌문을 활짝 열어 놓고 도시락 준비를 위해 모인 8명의 봉사자들은 오늘의 메뉴가 무엇인지 확인하며 재빠르게 식사를 준비한다. 이날 메뉴는 흰 쌀밥과 감자어묵국 그리고 제육볶음이다. 매일 바뀌는 봉사자들의 얼굴이지만 메뉴를 확인하자마자 오랫동안 손을 맞춘 사람들처럼, 톱니바퀴 같으면서도 즐겁게 요리를 시작한다.

이곳에 모인 봉사자들은 조리봉사를 중심으로 차량봉사와 배식봉사 등 분야별로 나뉘어 그날그날 배식하고 나눠줄 음식을 준비한다. 식단은 ‘길벗사랑공동체’ 사무국이 한달치를 미리 짜놓고 새벽마다 신선한 식재료가 배달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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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서울역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 중인 ‘길벗사랑공동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조준혁 기자
어느덧 오전 11시, 모든 준비를 마친 봉사자들이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차량봉사와 배식봉사를 담당하는 이들은 다른 봉사자들보다 빠르게 밥을 먹는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일어나야 한다며 포장 도시락들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한다.

60여명분의 도시락을 실은 스타렉스 차량이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역 남대문경찰서 뒤 쪽방촌. 길 하나만 건너면 대형 호텔과 번화가가 있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도움의 손길 하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길벗사랑공동체’의 봉사자들이 오늘도 도시락을 들고 방문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풍기는 자칫 불쾌할 수 있는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에서도 봉사자들은 기꺼이 도시락을 나눈다. 도시락을 받은 쪽방촌 사람들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반복한다.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60여명분의 도시락이 동이 났다. 한 자원봉사자는 “만드는데 몇 시간인데 나눠주는 건 순식간”이라면서 뒷정리를 위해 발길을 재촉한다.

어느덧 5년째, 매일 바뀌는 얼굴들이지만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시락 나눔 봉사를 해온 지 햇수로 5년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만리동에서 개소한 ‘길벗사랑공동체’는 당시 천주교 서울교구 공덕동성당 주임신부이던 이재을 신부(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첸시오 담당)에 의해 설립돼 노숙인들의 자립 지원과 노량진 및 대학동 청년들의 진로 및 고민상담까지 맡아오고 있다.

이곳에 방문하는 봉사자들에게 봉사활동은 희망과 나눔을 전하는 도구다. 쪽방촌 사람들에게 단순히 한 끼니가 아니라, 또 노숙인들과 청년들에게 위로만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용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

길벗사랑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이재을 신부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길벗사랑공동체는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하고 있어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소액 기부자들의 정성과 자원봉사자는 물론 자활에 성공해 스스로 봉사자로 나선 사람들이 있기에 늘 희망과 용기 속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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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서울역 쪽방촌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기 위해 출발 중인 ‘길벗사랑공동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조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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