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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공분 커지는데…양진호 방지법은 국회서 쿨쿨

‘직장 갑질’ 공분 커지는데…양진호 방지법은 국회서 쿨쿨

기사승인 2018. 11.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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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법안 20대 국회서 13건 발의…국회 통과는 '0건'
법사위서 발 묶여…'괴롭힘 정의 모호' 지적에 제동
연내 통과도 불투명…"해외 입법사례 볼 때 정의 불명확하지 않아" 비판도
최근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가하는 폭언과 폭행 등 소위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황준호 보네르아띠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한 폭언·폭행 등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직장 갑질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다. 20대 국회에 들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골자로 한 ‘양진호 방지법’이 진작 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전 직원 폭행 영상 논란
지난달 30일 뉴스타파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2015년 위디스크의 전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화면./제공=연합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태움문화’ 금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포함한 양진호 방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법안은 2016년 시작한 20대 국회에 들어 모두 13건 발의됐다. 이들 법안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전무하다.

이 가운데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률안’ 2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정부의 책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2건, ‘형법 일부 개정안’과 ‘의료법 일부 개정안’ 각 1건이었다. 가장 오래된 법안은 2016년 6월 1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7명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2년 5개월째 상임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법안들은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폭행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경우는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따돌림·가중한 업무 전가 등 정신적 괴롭힘의 경우는 현재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12일에서야 여야 만장일치로 강병원 더민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의 괴롭힘 정의를 적용,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을 병합해 통과시켰다.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더 나아가 정서적 고통은 물론,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자유한국당 장제원·이완영 의원 등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문제를 삼고 나선 것. 법안은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넘겨져 다시 논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안심사 2소위원회는 ‘법안의 무덤’으로 인식되는 곳. 이달 12일 열린 법안2소위 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았다.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전히 정신적 고통 등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연내 법안 처리 역시 불투명하다.

최근 잇따라 터진 직장 갑질 사건으로 인해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인권단체인 직장갑질119는 환노위가 통과시킨 법안의 괴롭힘 정의가 불명확한 것은 아니다며 국회를 겨냥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프랑스는 노동법을 통해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고 근로조건의 악화를 초래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를 반복적으로 겪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법사위에 넘어간 법안과 같이 정신적 고통도 괴롭힘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당연히 통과시켜야 할 법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상사의 욕설·폭언과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여러가지 많은 괴롭힘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직장갑질119를 찾아와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이 고통을 방치하는 것은 가해자와 다름없는 것이다.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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