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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카터,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 극비리 추진

40년 전 카터,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 극비리 추진

기사승인 2018. 11.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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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 기밀문서, 카터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미 3자 대화 추진 연계

 

박정희 카터 악수
미국이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9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남·북·미 3자 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했었다고 연합뉴스가 25일 보도했다. 카터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의회가 북한의 대남 위협적 전투태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반대하자 주한미군을 철수해도 좋을 만큼 한반도 긴장완화가 돼있음을 보여줄 '실질적 증거'가 필요했고, 그 방안으로 남북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박정희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이 1979년 6월 청와대에서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9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남·북·미 3자 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했었다고 연합뉴스가 25일 보도했다.


미국이 3자 고위급 회담 장소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정하고 남북한의 의사를 타진하는 등 남·북·미 대화를 위해 상당히 구체적 수준의 실행 계획을 세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의회가 북한의 대남 위협적 전투태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반대하자 주한미군을 철수해도 좋을 만큼 한반도 긴장완화가 돼있음을 보여줄 '실질적 증거'가 필요했고, 그 방안으로 남북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이 입수한 미국 외교 기밀문서에 따르면 카터 대통령은 1979년 6월 말 방한해 박정희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시기를 전후해 자카르타에서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을 갖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그는 1979년 6월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도네시아가 남·북·미 고위급 회담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카터 대통령은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관으로 보낸 서한에서 "당신의 정치력 있는 태도 덕분에 아시아의 긴장을 완화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과정(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나는 남·북·미 간의 만남과 인도네시아가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단히 큰 중요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 7월 작성된 또 다른 비밀 외교전문에서 미국 정부는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을 인도네시아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미 정부는 자카르타를 회담 장소로 택한 이유와 관련, "자카르타는 3자의 공식 외교 대표부를 모두 두고 있어 3자 대화에 참석하는 대표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대통령은 이 같은 남·북·미 3자대화를 1977년 취임 첫해부터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카터 대통령의 외교 책사였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에게 보낸 메모에서 카터 대통령이 남·북·미 3자 대화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1977년 8월 5일 ‘남북 간의 대화’라는 주제로 작성된 이 메모에서 "대통령은 북한·남한·미국 간 3자 대화 가능성에 관한 당신의 보고서를 읽었으며, 단계대로 실행해 나가라고 지시했다"며 "우리는 유엔 사령부 문제, 기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논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정부와 NSC 관계자들 간 협의를 고려해 미국의 외교 노력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해야 한다"며 남·북·미 3자 대화 추진을 위한 실행 계획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향후 수개월 내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외교 노력과 관련, 한국 정부와 조기 협의를 진행하고 한반도 정전 유지에 직접 관련이 있는 미·중·남·북한 등 4자를 포함하는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참여 형태에 관해 미국은 유연한 입장이라는 점을 중국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회의에 정회원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만약 한국이 원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논의 초기 단계에서는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이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유엔 사령부 문제, 기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을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논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미국은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고, 4자 또는 3자 대화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재차 확인시켜야 한다"며 "군(주한 미군) 철수 계획이 남북대화 촉진에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구가 "가을 유엔총회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다.

 

그는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제3자를 통해 북한에 전달하는 어떠한 메시지라도 한국에 분명히 알려야 하며, 제3자에게도 미국은 북·미 간 양자 접촉을 촉진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엔에서의 한반도 논의와 관련, "만약 한국이 유엔 가입 문제를 제기하고자 할 경우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남북한 이중 가입 제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터 행정부의 이 같은 비밀 남·북·미 3자 대화 추진은 북한 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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