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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앙숙’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영유권 등 곳곳서 갈등 증폭

‘53년 앙숙’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영유권 등 곳곳서 갈등 증폭

기사승인 2018. 12.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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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싱가포르, 대화 해결 미지수
마하티르 재집권 이후 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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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10월 말 조호르 해협 서쪽 입구에 있는 조호르 바루 항의 ‘포트 리밋’을 확장했다. 싱가포르는 새 포트 리밋이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며 즉각 항의했고, 말레이시아는 해당 수역이 자국 영해라고 맞받아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도심을 흐르는 한강 폭 수준인 조호르 해협을 두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간 기(氣) 싸움이 치열하다. ‘53년 앙숙’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5월 재(再) 집권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영해에 말레이시아 선박이 접안하면서 해상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 양국은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정작 중요한 선박 철수 언급은 빠져 있어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간 분쟁이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 회원국 관계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하고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널뉴스아시아(CNA)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청렴연구소를 방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조만간 해상 분쟁과 관련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말레이시아 선박 철수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긴장 상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조호르 바루 항의 ‘포트 리밋’(Port Limit·선박 운항 등 관할권 행사 구역)을 10월 25일 이전 상태로 복귀하라는 싱가포르의 제안에는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싱가포르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포트 리밋을 이전으로 되돌리라는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도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약속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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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길이 50㎞, 폭 1.2㎞에 불과한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 해협에 말레이시아가 지난 10월 25일 조호르 바루 항의 포트 리밋을 확장하고 자국 선박을 그 지역에 드나들게 하면서 분쟁이 불거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6일 인근 투아스 항의 포트 리밋을 확장하는 조처로 맞받아쳤다.

양국은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영유권 등 여러 영역에서 부딪쳤다. 특히 1981~2003년 마하티르 총리 재임 시절 갈등이 격화됐다. 싱가포르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총리가 재집권하자 당시에도 말 많던 ‘물값 인상’을 올해 또 꺼내들었다. 양국 간 물 공급 협정에 따라 2061년 재협상하기로 합의했지만 물값 시비를 또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도 물값 인상을 요구하면 1998년 1차 물값 인상 요구 이후 네 번째다. 실제 물값 인상은 두 차례 이뤄졌다. 물 공급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그 이유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6월 “갤런당 0.03링깃에 불과한 물 공급가격은 명백하게 터무니없다”며 “1990년대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지금 0.03링깃으로 뭘 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지난달부턴 ‘공역 통제’(airspace control) 갈등도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1974년 싱가포르에 위임했던 조호르주 공역 통제권을 반환받겠다고 나선 것.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 항공기가 조호르주 상공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앤서니 로케 장관은 지난 4일 의회에서 “이제 우리도 항공 관제 능력이 향상됐기에 영공 통제권을 되찾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국은 남중국해의 무인섬 페트라 브랑카를 둘러싸고도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전투구를 벌였다. 2008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로 싱가포르 영토로 인정된 후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공식 방문한 것을 고려할 때 현재 벌어지는 해상 분쟁은 혼란스럽다”면서 “단합과 긴밀한 협력을 중시해온 아세안 얼굴에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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