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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삼성전자, 7개월새 시총 100조 증발…액면분할 ‘독’ 됐나

[마켓파워]삼성전자, 7개월새 시총 100조 증발…액면분할 ‘독’ 됐나

기사승인 2018.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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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접근성만큼 변동성 커져
'국민주' 등극 후 첫 4만원선 붕괴
시세차익 노리는 단기투자 늘고
4분기 실적 악화 우려까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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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국민주’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4만원선이 붕괴됐다. 삼성전자는 과거 한주당 가격이 200만원대로 고액이다 보니 개인투자자의 매매 거래가 어렵다는 여론이 커졌다. 액면분할은 너무 높은 주가로 옴짝달싹할 수 없던 가격을 확 낮춰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유통 주식수가 크게 늘자 개인의 투자 여력은 상당 부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악재나 호재에 ‘일희일비’하는 부작용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늘었고, 삼성그룹 관련 이슈가 터지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다. 결국 액면분할이 득보다 실이 큰 독이 됐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반도체 업황마저 부진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올 4분기 실적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6% 내린 3만895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액면분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액면분할 개장 첫날인 5월 4일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14일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4만원선이 무너졌다. 7개월새 빠진 주가는 27%에 달한다. 이날 장중 한때 3만87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4만원선 붕괴는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치면 200만원대 아래로 하락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크게 곤두박칠쳤다. 액면분할 당시 333조163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지난 14일 232조5230억원으로 무려 100조원이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4일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265만원대였던 주가는 5만원대로 몸집이 가벼워졌고 유통 주식수는 50배 넘게 증가했다. 애초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수급이 개선되며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는 액면분할 후 6거래일만에 5만원대 밑으로 떨어지며 깨져버렸다. 상반기까지 4만원대 중반을 유지하던 주가는 이달 들어서는 4만원선 방어를 위협받는 수준으로 몰렸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와 함께 반도체 업황 우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그룹 안팎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또 액면분할 당시 246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2060선까지 떨어지는 등 전체적인 시장상황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 기간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판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접근성이 좋아진데다 액면분할을 호재로 인식한 영향이다. 실제로 액면분할 후 지난 14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5333억원, 2조131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조6799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판 주식을 개인이 그대로 받은 셈이다. 결국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뛰어든 개인들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급기야 14일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반도체 수급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해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10곳의 증권사 중 대신증권을 제외하고 9곳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의 16조2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으로 하향한다”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기존의 5만1000원에서 4만8000원까지 내린다”고 말했다.

내년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49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9% 하락할 것”이라며 “모바일을 중심으로한 업체간 가격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 질 것이며 지배구조 불확실성 또한 여전히 상존하고 당분간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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