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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마약전담 A수사관 “마약 수사, 긴 기다림과 긴장의 연속”

[인터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마약전담 A수사관 “마약 수사, 긴 기다림과 긴장의 연속”

기사승인 2019. 03.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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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걸리는 수사도 비일비재…혐의 입증에만 몇 개월씩 걸리기도
6년차 마약수사관 "항상 시간에 쫓겨…마약 경각심·위험성 무더져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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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용을 수사관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수사관의 성명은 검찰 측 요청에 따라 익명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시아투데이 허경준 기자 = 마약수사라는 이름이 주는 강렬함에 매료돼 마약 수사관을 자원했다.

수사를 하다 보면 사건을 사무실에 두고 나올 수가 없다. 수사에 대한 잔상들이 이미지처럼 머릿속에 각인돼 집까지 따라와 삶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런 것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수사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마약 수사관들은 피의자 조사뿐만 아니라 단속 현장에도 나가야 하고 사건 하나에 매달려 6개월, 1년씩 수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혐의 입증에만 몇 개월씩 걸리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소홀해지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내 본분을 게을리할 수 없다. 주말 근무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다.

수사관을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현장에 나갈 때마다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나가지만 현장에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마약 사범이 환각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피의자가 한 명이 있을지, 여러 명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현장에 가기 전 강도·상해 전과가 있는지 등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나가지만, 돌발 상황까지 대비할 수는 없다.

마약 사범을 현장에서 검거하느냐 못하느냐에 마약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 사범들은 의심이 많아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제일 먼저 마약을 변기에 버리고 하드디스크를 밖으로 던져 버리기 일쑤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반드시 마약을 확보해야 해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기다림 또 기다림의 연속이다. 마약 사범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시간에 맞춰서 퇴근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잠복이 하루 만에 끝날 때도 있지만, 며칠을 지방에 내려가 보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피의자를 체포한 뒤엔 오히려 더 바빠진다. 마약 사범들은 대개 혼자 마약을 투약하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 등과 함께 하기 때문에 최소 2~3명 이상의 인원을 체포해 와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20일 안에 재판에 넘기느라 항상 시간에 쫓긴다.

수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약 유통은 암암리에 이뤄지는 데 그쳤지만 인터넷 등 통신 장비의 발달과 더불어 점점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체감상 마약 사범의 연령도 훨씬 어려지고 그 숫자도 늘어났다. 고등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댄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각계각층의 사람이 마약을 접하고 있다.

20~30대 경우에는 마약을 단순히 오락용으로 보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이 무뎌져 가는 것 같아서 큰 걱정이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업무도 수사에서 예방으로 바뀔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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